[CEO 칼럼]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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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  발행일 2017-10-24 제31면   |  수정 2017-10-24
[CEO 칼럼]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지난 9월 지역에서는 의미있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가 주축이 된 동구사회적경제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개소식에는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200여명의 주민이 모였다. 행사는 주민잔치처럼 진행되어, 서로 소개하고 인사하는 자리에 여기저기 웃음이 터졌다. 주민들의 유쾌함과 어우러짐이 가득했다.

대구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18개의 동구지역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및 협동조합이 모여 상호협력을 통한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2013년 설립되었다. 스스로 ‘회의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잦은 회의를 통해 지역에 기반한 선순환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연대·협력 활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동구청 및 영남대 교수들과 함께 공부하는 ‘동구 사회적경제포럼’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열어 민관학 협력시스템 구축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서로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협력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민간 주도로서는 대구 최초의 구단위 사회적경제협의체로서 활동해왔는데, 이번 문화센터 운영 역시 대구 최초의 민관거버넌스 협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협의회는 동구청의 협조로 혁신도시 LH 행복마을 내의 공간을 5년간 무상 임대 받게 되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홍보 및 교육, 다양한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비즈니스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러한 사례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모범일 뿐 아니라 기초단위 풀뿌리 사회적경제조직이 연대하면서 ‘협력경험’의 성과를 스스로 만들고 느끼면서, 활동동력을 자생적으로 키워왔다는 점에서, 또한 서로의 든든한 지지기반을 자신들의 삶터에서 쌓아가면서 지역의 공공재를 창출해 나간다는데 의미가 크다. 달서구, 북구, 수성구, 중구, 남구, 달성군 등에서도 사회적경제협의회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양극화 해소와 따뜻한 복지, 나누는 일자리를 기본으로 지역과 사람을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를 지향한다. 또한 사회적경제들은 노동과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취약계층들을 중요한 자원이자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동구지역에서 그동안의 사회적경제 현상들을 평가·분석하면서 사람, 경제활동, 마을과 함께 성장해왔다.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의 이러한 진화는 제 자리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활동해온 평범한 풀뿌리사회적경제인의 노력들이 합쳐진 결과라고 믿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 활동을 보며, 많은 ‘조연’의 역할을 자처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들의 활동에 주목한다. 개소식날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 회장은 인사를 시작하면서 울먹였다. 그동안 고생한 많은 분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인사를 하다말고, 그만 울음이 터진 것이었다. ‘주연’이 아닌 많은 ‘조연’으로서 혹은 ‘배경 사람들’로서의 역할을 기꺼이 한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자 울음이 터진 것이다. 한동안 공백이 있었던 짧은 인사를 마치자 사람들은 따뜻한 박수로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이후 이들은 또다시 놀라운 주민교육강좌를 만들어냈다. 여러 곳에 알갱이처럼 흩어져있는 재능있는 주민들을 모아 강사로 발굴하고, 주민들의 바람에 맞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강좌안내 책자표지에는 신규강사 초빙 공고가 있고 40개 넘는 프로그램이 회원을 기다린다고 쓰여 있다. 앞으로도 문화센터는 지역의 경력단절여성, 아마추어 강사, 실버 강사단 등의 지역인재들을 발굴하여 사람과 지역을 알리고, 사회적경제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청소년 진로직업체험, 주민 대상 체험과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협의회나 문화센터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된다. 이렇게 오기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같이하는 목표가 뚜렷한, 많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이 있으니 겁날 것이 없을 것이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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