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캐나다 토론토마라톤대회에서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전상훈씨(왼쪽)와 사회복지사 류인하씨. (문경시 제공) |
발달장애인의 마라톤 도전을 소재로 한 영화 ‘말아톤’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수시로 써내려가는 장애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문경시 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인 ‘해냄터’를 이용하고 있는 지적장애 1급 전상훈씨(25). 이미 네 차례(10·21㎞) 완주한 경험이 있는 상훈씨가 또 한 번 희망의 레이스를 펼친 곳은 캐나다다.
상훈씨는 담당 사회복지사 류인하씨(34)와 함께 지난 2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출전해 1시간57분38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지난해 11월 문경 서봉기단축마라톤대회 10㎞ 부문에 처음 출전해 완주에 성공한 상훈씨는 이후 21㎞ 하프코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1시간대 기록을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류씨가 상훈씨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은 달리기를 통해 돈독해졌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훈씨는 해냄터 체육활동 시간이 되면 러닝머신 위를 쉼 없이 달렸고 이를 눈여겨본 류씨가 마라톤을 제의해 함께 연습을 시작하게 됐다. 류씨는 매일 새벽 상훈씨를 찾아가 10㎞를 함께 뛰었다. 꾸준한 연습 덕분에 상훈씨는 지금까지 10㎞ 두 번, 21㎞ 세 번을 완주했다. 마라톤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발달장애인의 여건에서는 대단한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훈련 강도를 높여 하루 14㎞씩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일부 주위 사람들이 본인(상훈씨)이 싫은데 억지로 시키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 시각을 보낼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상훈씨가 완주할 때마다 너무 기뻐하는 것을 보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경=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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