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신과 나의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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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30 07:54  |  수정 2017-10-30 07:54  |  발행일 2017-10-3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신과 나의 시냅스

가을이 깊어갑니다. 둘러보면 사람마다 가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저는 요즘 가을을 맞아 미술관을 다니고 있습니다. 실제 미술관을 가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인터넷을 이용해 그간 제가 보고 싶었던 그림들을 해설과 함께 꼼꼼히 다시 음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화가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다시금 감탄을 하였습니다. 이 그림은 신이 만든 최초의 인간 아담과 신의 첫 만남이 아주 웅장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근데 흥미롭게도 해부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그림에서 인간 뇌의 해부도를 본다고 합니다. 뇌의 해부도와 비교해보면, 인간의 지성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그 안에 존재하는 중추신경 그리고 중추신경을 지원하는 교세포들, 후각상피에 존재하는 후각신경과 이를 중추신경계와 분리하는 뼈구조인 체판 등이 정확한 해부구조상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켈란젤로가 천재화가이면서도 훌륭한 뇌신경해부학자라고 추측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바로 신과 아담의 손가락 끝부분을 닿을 듯 말 듯 묘사한 것입니다. 악수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충분히 묘사할 수도 있고, 성경에 적힌 대로 신이 아담의 코 속에 숨을 불어넣는 장면을 그려도 될 것을 굳이 이렇게 묘사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 듯 떨어진 채 뭔가 전달하려는 이 장면은 마치 시냅스를 연상케 합니다. 신경은 혼자서는 살지 못합니다. 반드시 다른 신경과 서로 소통할 때만 생존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은 이런 활발한 소통을 위해 시냅스, 우리말로 연접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가집니다. 두 신경은 시냅스에서 직접적인 물리적인 접촉 없이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연락책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합니다. 기쁜 일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함께 흥분하고, 슬픈 일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다독거려 줍니다.

저는 화가이며 뇌신경해부학자였던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통해 뇌속 신경간 시냅스를 묘사한 것이라 상상합니다. 실제 시냅스 발견을 최초로 보고한 과학자는 스페인의 신경해부학자인 라몬 카할 교수입니다. 20세기 초 많은 뇌조직 사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시냅스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보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08년 뇌과학자로는 최초로 노벨상게 수상하였습니다.

그런데 현미경도 없던 16세기에 시냅스를 최초로 묘사한 미켈란젤로야말로 정말 노벨상을 받아 마땅한 대단한 뇌과학자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번에 이 그림을 다시 보면서 여러 가지 해설을 찾아보던 중, 이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 듯 묘사된 부분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것이 아니라 벽면의 균열로 아담의 손가락 부분이 손상되어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카르네발리가 다시 그린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가 처음부터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 듯 그렸는지, 아니면 원래 붙어있던 것을 제자가 그리면서 떼어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누가 노벨상을 받아야 할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명작 한 편을 감상하고 다분히 뇌과학자의 시점으로 조금 과장하여 해석한 것이지만 저는 이 명화를 통해 사람도 신경처럼 시냅스를 갖는다, 즉 소통을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깊어가는 가을, 주변 사람과 서로 시냅스를 활성시키는 행복한 소통의 시간 보내며 뇌가 행복한 가을 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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