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추억속의 얼굴을 기억하는 뇌

  • 입력 2017-10-31 07:44  |  수정 2017-10-31 07:44  |  발행일 2017-10-31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추억속의 얼굴을 기억하는 뇌

여러 사람으로 북적이는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 또는 공항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얼굴을 바로 발견하고 같이 집에 갔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반면 오랜만에 우연히 안면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면서 언제, 어디서 만났던 사람인지 생각이 나질 않아 당황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장치가 우리 뇌 안에 존재한다. 얼굴을 인식하는 대표적인 뇌 부위로 방추모양 얼굴영역(FFA, Fusiform face area)이 잘 알려져 있으며, 사물을 인식하는 뇌 부위와는 별개로 존재한다.

방추모양 얼굴영역 또는 관련 신경회로에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외상, 뇌졸중, 퇴행성 뇌 질환 등으로 손상되면 정상적인 시력, 기억력과 무관하게 사람 얼굴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신경과 의사가 집필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에서 이러한 ‘실인증’ 또는 ‘안면인식장애’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안면인식장애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며, 개개인의 고유한 목소리나 말투, 제스처 등을 통해 상대가 누구인지 식별할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친밀한 가족과 지인을 구별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전에 만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사회적 기억이라 하며, 최근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자들에 의해 해마의 작은 일부분인 CA2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해마는 일상생활에서 장소, 사물, 시간을 기억하는 데에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 부위로 오랫동안 이해됐다.

많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마가 형태학적, 분자생물학적, 전기생리학적 특징에 따라 작은 부분(치상회, CA1, 2, 3)들로 나뉘며 각 부분이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협력하는 것이 확인됐다.

해마의 다른 부분에 비해 최근까지도 해마의 CA2 부분의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부위를 불활성화시킨 실험용 쥐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사회적 기억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A2 활성이 억제된 쥐는 사물이나 공간에 대해 정상적인 기억력을 보였으며, 다른 생쥐에 대한 관심도도 정상 쥐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쥐와 새롭게 만난 낯선 쥐를 구별하지 못했다.

즉 과거에 본 적이 있는 쥐에 대한 사회적 기억에 CA2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얼굴과 이름을 짝지어서 기억하기 위해 해마의 CA2 부위의 활성이 중요한데 조현병, 조울증 장애가 있는 사람은 CA2의 신경세포 수가 감소한 것이 보고됐다. 이런 발견을 근거로 해마의 CA2와 연관된 기능이 더 연구된다면 안면인식장애, 자폐증 등 사회성 관련 장애 치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정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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