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잡을까? 말까?…포경수술, 자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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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31 07:53  |  수정 2017-10-31 07:54  |  발행일 2017-10-31 제19면
20171031

아들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것이 있다. 바로 포경수술이다. 과거에는 사내아이로 태어나면 통과의례로 거쳐야 했던 포경수술이다.


포경수술 시행 비율 90%→75% 감소
포피·귀두염증 시달릴땐 반드시 해야
요도·성기기형은 검진 후 수술받아야

수술시기는 초등 고학년∼중학생 적당
성병·요로감염 예방 등 위생관리 장점
수술 고통·자기결정권 침해 단점 지적



종교나 민족적 이유에서만 포경수술을 하는 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포경수술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최근 그 빈도가 줄긴 했지만 아직도 주변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포경수술을 해야 할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남성의 음경은 말단부위가 술잔모양으로 확대되어 귀두를 이루고 귀두 외면에서 중첩해 귀두를 덮는 표피가 있다. 포경이란 포피(피부껍질)가 귀두를 덮고 있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지칭하고, 정확히 말하면 포피륜이 좁아 포피를 뒤로 당길 때 귀두부가 노출이 되지 않을 때를 포경이라 한다.

정상 신생아에서는 귀두와 포피 사이의 유착으로 포피를 제낄 수 없어 포경상태로 있을 수가 있고 3~4세에 이르러 음경이 커지면서 점차 귀두와 포피사이의 유착이 풀어져 3세에는 90%가 포피를 제낄 수가 있다. 17세까지는 1%미만만이 포경상태로 남게 된다. 포경수술의 근본적인 목적은 포경상태를 제거하는 것으로 음경 피부와 포피를 적당하게 절개해 제거함으로써 감춰진 귀두부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포경수술이 많이 시행됐다. 가장 큰 이유는 의학적 이유가 아니라 주변 아이들이 하니까 해야 한다는 또래문화 때문이었다. 최근 의료 지식의 대중화는 물론 아이들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예전에 비해 포경수술 수는 감소됐다. 하지만 국내 포경수술 시행 비율은 여전히 높다. 2000년대까지 9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0년대 들어서는 75% 수준으로 낮아졌다. 과거에는 60% 이상이던 청소년기 수술 비율이 현재는 30~40% 미만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포경수술은 2차성징이 시작되는 사춘기까지 음경의 포피가 귀두 뒤로 제껴지지 않는 포경상태가 지속되거나 귀두포피의 염증이 재발하는 경우에 꼭 필요한 수술이다. 또 포피조직이 과다하게 있는 과잉포피가 있는 경우에는 소변의 저류로 냄새가 나고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상태에 따라 치료의 개념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요도구의 이상이 있는 질환에서는 음경포피를 이용해서 교정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 포피를 수술로 제거해 버리면 요도를 교정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만일 요도하열, 잠복음경, 물갈퀴음경 등의 요도·성기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포경수술을 바로 해서는 안 되고, 검진을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 포경수술이 필요한 경우

- 포경에 염증 질환이 잦을 때
- 포경에 악취가 자주 날 때
- 발기시 포피의 통증이 있을 때
- 포경의 위생적인 관리를 원할 때

☞ 포경수술 후 관리법

- 봉합사(실)는 수술 후 약 7일 후에 제거
- 샤워는 봉합사를 제거한 후 가능
- 음주, 성관계, 운동은 수술 후 2~3주 후 가능
- 수술 후 통증은 대개 2~3일내 진정



포경수술에도 장단점이 있다.

포경수술의 이점은 음경을 청결히 하고 귀두지(성기 주변에 쌓여서 생기는 노폐물)에 의한 만성자극을 피하며, 포피 내 병원균 번식에 따른 귀두포피염, 귀두포피의 유착, 요로감염, 성매개감염병 예방 등이다. 포경수술을 할 경우 성병이나 에이즈 발병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포경수술을 한 남성이 여성과 성관계를 할 경우 에이즈 감염률이 60%가량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남성만의 혜택이 아니라 성관계를 갖는 여성에게서도 이 같은 질환의 발병률이 낮아진다. 또 사춘기 때는 위생 관리에 소홀하기 쉬워 많은 남자아이가 청결에 주의하지 않다가 포피나 귀두 염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포경수술은 음경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확실한 방법이 된다.

이에 반해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수술을 함으로써 고통을 느껴야 하고, 아이들의 경우 자기 결정권을 빼앗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병적인 상황을 제외한 일반적인 상태에서 시행하는 포경수술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가 적당하다. 국소마취로 수술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나이가 어리거나 음경의 크기가 너무 작을 경우 수술이 어렵다.

예전에는 성기 피부를 당겨서 포피와 그 피하 조직까지 같이 잘라내는 방법으로 수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귀두를 덮고 있는 겉껍질에서 분비물을 생산하는 점막만 가능한 한 얇게 제거해 그 밑의 피하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한다. 이는 성기 피부만을 아주 얇게 박리하는 방법으로 잘라서 하는 경우에 비해 약간 시간이 더 걸리지만 수술 후 음경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피하 조직의 불필요한 절제와 이로 인한 피하신경의 손상 등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치료 목적의 포경수술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포경수술은 개인 선택의 문제다. 포경수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성병 예방, 요로감염 예방, 암 예방, 청결, 또래문화 등의 다양한 측면을 자녀에게 설명해주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도움말=칠곡경북대병원 비뇨기암센터 이준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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