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위안부 기록유산 등재 결국 보류

  • 입력 2017-11-01 00:00  |  수정 2017-11-01
“당사국간 대화노력 필요” 권고
日 큰 무기‘자금줄’압박에 막혀
막후 치열한 외교전서도 역부족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안팎에서 치열한 막후 외교전을 펼쳤지만, 유네스코의 자금줄을 틀어쥔 일본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의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둔 유네스코가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보류하고 당사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공은 차기 사무총장에게로 넘어갔다.

특히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 프로그램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 해소를 위해 당사국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위안부 기록물의 향후 등재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달 30일 기록유산 등재권고 명단을 발표하고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위안부 기록물의 경우 등재를 신청한 한·중·일 등 8개국 시민단체와 일본 정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므로 당사자 간의 상호이해와 정치적 긴장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AC는 결정문에서 “지난 16일 집행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신청자와 당사자 간의 대화 절차를 개시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권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무총장의 중재로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일본 정부가 역사적 과오를 과감히 인정하고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전망은 내년 이후 좀 더 어두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그동안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저지를 위해 유네스코 안팎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왔다.

일본의 가장 큰 무기는 유네스코 분담금이었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미국(22%)에 이어 둘째로 많은 전체의 10%가량이다. 기술적으로는 일본이 연말까지 1년 단위로 내는 분담금을 납부하면 되지만, 일본은 10월 말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이는 위안부 기록물 등재심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위’라는 것이 유네스코 안팎의 공공연한 분석이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시점에서 일본이 쥔 거액의 분담금은 유네스코가 더더욱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여기에다 임기 종료를 불과 2주 남겨둔 보코바 사무총장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한 점도 IAC의 등재 보류 판정이 나온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는 오는 15일 취임하는 프랑스 문화부 장관 출신의 오드리 아줄래 차기 사무총장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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