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동대봉 691m - 함월산 584m(경주시, 포항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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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3   |  발행일 2017-11-03 제38면   |  수정 2017-11-03
저 멀리 하늘·햇살·능선도 단풍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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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m 오르는 길에 동쪽으로 탁 트여 감포 앞 바다가 보이는 일출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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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봉에서 황룡사로 내려서는 길을 지나 만난 전망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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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월산에서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는 날머리 지점에 동부민요 전수관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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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월산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늪지대. 늪지대는 갈대밭을 이루고 있다.

동대봉(해발 691m)은 경주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며 불국사, 석굴암을 품고 있는 토함산(吐含山, 746m)을 마주보고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드문 산이다. 보문단지를 벗어나 감포 방향으로 4번 국도를 따라 덕동호 끝 지점 덕동교를 지난다. 덕동교에서 약 700m를 진행하면 도로 오른편에 넓은 공간이 나오고 도로 건너 왼쪽 산쪽으로는 철망이 길게 처져있다. 오른쪽이 시부마을 입구인데 ‘시부걸길’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 감포 방향으로 몇 발짝 옮기면 왼쪽으로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에 표식리본이 몇 장 달린 곳이 들머리다.

시부마을 입구 도로 건너편이 들머리
개척 산행 가까운 희미한 길 더듬더듬
1시간 만에 감포 바다 뵈는 탁 트인 전망
사방 오색단풍 빛과 은빛 억새 넘실넘실

동대봉 거쳐 ‘황룡사 새는 길’로 가다
짧은 등산 아쉬움에 건너 함월산 선회
경주·포항시가지 내려다보며 오른 길
주능선 인근 갈대밭 이룬 늪지대 눈길


숲길에 들어서니 경사가 만만찮은 비탈길이다. 낙엽이 깔려 있어 오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개척 산행에 가까운 희미한 길을 15분쯤 지나자 오른쪽 황룡휴게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부터는 연이어 무덤이 나온다. 경사는 다소 완만해진다. 이슬 머금은 거미줄을 걷어내며 무덤과 무덤 사이로 난 능선 길을 따라 오른 지 한 시간. 오른쪽으로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을 만난다. 앞의 능선들은 나지막하고 동쪽 멀리 문무대왕릉이 있는 감포 앞바다가 펼쳐 보인다. 사방은 오색단풍 빛으로 물들었고, 태풍의 영향으로 은빛 억새가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춤을 춘다. 숲 사이로 5분 정도 오르니 헬기장이다. 키 높이의 억새에 가려진 헬기장을 뒤로 하고 5분을 오르면 660m봉우리다. 민둥한 봉우리인데 억새와 숲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다.

잠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10분을 걸으면 참나무와 소나무 숲 사이에 무덤 1기가 나온다. 무덤 위 능선의 작은 나무기둥에 ‘동대봉’이라 적은 표지목이 서있다. 지도에는 691.1m인 이곳은 정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봉우리다. 정상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서서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25분이면 덕동호 방향의 암곡리와 오른쪽으로 황룡사 방향의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갈림길 입구에 누군가 빨간 리본에 ‘황룡사 새는 길’이라 적어두었다. 이정표가 따로 없으니 지름길이란 이야긴가? 주변을 찾다가 다른 길이 없어 황룡사 새는 길로 내려선다. 5분 정도 내려서니 직진방향의 능선 길에 똑같이 ‘황룡사 새는 길’이 적혀있다. 이대로 황룡사로 내려가면 너무 짧다며 건너편 함월산(584m)까지 가서 황룡사가 있는 절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올라선다. 능선에 올라서면 662m 바위봉우리다. 경주시내 쪽으로 조망이 시원스럽다.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해서 곳곳에서 조망을 즐기며 쉬어가는 여유를 부린다. 쉬었다 가기를 반복해 40분 만에 경주와 포항의 경계인 갈림길을 만난다. 포항시 오천읍 오어사에서 올라온 길과 마주쳐 능선은 오른쪽 추령 방향으로 크게 휘어진다. 형남기맥종주, 경주시 경계와 포항시 경계를 걷는 시계 산행팀의 리본이 많이 달려있고, ‘추령, 토함산 방향’이라고 적어둔 리본도 더러 보인다. 능선 길은 낙엽으로 덮여있어 발밑의 촉감이 부드럽다. 갈림길에서 완만한 길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오른쪽 계곡방향에 ‘황룡휴게소’를 적은 리본이 있다.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르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면 포항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동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포항시가지를 내려다보며 20분을 오르면 609m봉우리다. 조망은 좋지 않으나 숲 사이사이로 지나온 능선길이 아스라이 건너다보인다. 15분 정도 조금 가파른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주능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를 만난다. 자칫하면 발목이 넘는 깊이로 빠질 수도 있다. 갈수기인 지금도 이정도면 여름철에는 가로질러 건너기가 부담스러운 곳이다. 늪지대를 건너면 왼쪽으로 성황재, 오른쪽은 토함산 가는 안부 갈림길이다. 여기서부터 함월산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턱에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45분 만에 함월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서쪽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능선이 지나온 길이다. 크고 작은 오르내림의 연속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오색 단풍이 물들어 부드러운 오후 햇살을 받아 더욱더 붉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자 선무도 본산인 골굴사와 천년고찰 기림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토함산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가면 무덤 1기를 지나 15분이면 삼거리 길을 만난다. 왼쪽은 추령을 지나 토함산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절골로 넘어가는 길이다. 리본이 모두 왼쪽으로 붙어있어 자칫 이곳 갈림길을 지나치면 절골로 내려서기 어렵다. 오른쪽 길로 5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안부를 넘어 절골로 내려간다. 계곡으로 가면 이내 물길을 만날 수 있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20분을 가다보면 비포장 길을 만난다. 두충나무가 심긴 밭에서 왼쪽 길로 향하면 ‘동부민요 전수관’ 건물들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포장길인데 황룡사를 지나 황룡휴게소가 있는 국도변까지는 약 3㎞의 지루한 길을 더 걸어야 한다. 반쯤 걸었을까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차 있는 곳까지 태워 주겠단다. 포장길을 터벅터벅 걷는 지루함을 단박에 해결해준 고마운 분을 만나 수월하게 황룡휴게소로 갈 수 있었다. 경주시내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5분이면 들머리였던 시부마을 삼거리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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