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부라더’ 석봉役 마동석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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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3   |  발행일 2017-11-03 제43면   |  수정 2017-11-03
“부모님 모시고 보고 싶은 영화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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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전성시대다. 주·조연으로 출연한 8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우정출연으로 등장한 모습에서까지 단연 발군이다. 그래서 흥미롭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뭉툭하고 거칠어 보이는 외모만을 생각한다면 배우로서의 그의 입지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런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마블리’ ‘마요미’라는 스위트한 애칭을 얻을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다.

마동석은 최근 몇년 사이 스크린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배우가 됐다. 어떤 때는 거의 매주 새로운 영화에서 그를 만난 적도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다작배우로 치부할 수 없는 건 그가 작품 속에서 보여준 눈부신 존재감 때문이다. 그의 등장에 관객의 숨통은 트였고, 누구라도 품어줄 것 같은 그의 넉넉한 가슴은 든든한 보루이자 푸근한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그가 지금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를 맞이했다. 지난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에 이어 상업영화의 첫 주연작인 ‘범죄도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만든 콘텐츠 기획 회사 ‘팀고릴라’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쁨과 의미는 배가 된다.

마동석이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연타석 홈런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라더’로 다시 관객을 찾았다. ‘부라더’는 석봉(마동석), 주봉(이동휘) 형제가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안동 본가로 가던 중 알게 된 오로라(이하늬)와 함께 가문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코믹하게 다뤘다. ‘마동석표’ 코미디의 정점을 찍을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마동석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 표식을 확실히 각인시켜 놓은 ‘부라더’로 또 한번 관객을 자신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먼저 개봉한 ‘범죄도시’가 여전히 뒷심을 발휘하며 흥행쾌조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영화 관객은 거의 매주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됐다.

“신기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아 깜짝 놀랐다. 영화를 많이 했지만 대부분 조연이었다. 그러다가 저예산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산행’이 천만을 넘었을 때 무척 기뻤지만 멀티캐스팅 영화라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반면 ‘범죄도시’는 내가 주연으로 출연한 첫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리고 내가 만든 회사(팀고릴라)에서 기획한 영화라 더 기뻤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

▶‘팀고릴라’를 만든 의도는 뭔가.

“배우가 나한테는 제일 잘 맞는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런 영화가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구상해놓은 아이디어들이 있었다. 어떤 건 캐릭터만 있고 어떤 건 스토리만 있었는데, 그걸 발전시키니까 영화가 됐다. 그래서 아예 내가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개발하면 캐릭터적으로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 배우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었던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배우의 숙명일 수밖에 없는데, ‘팀고릴라’를 만들면서 예전에 내가 했던 작은 역할도 사장시키지 않고 확장해서 보여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이 좋았다. 물론 탄탄한 시나리오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이미 개봉한 ‘함정’ ‘범죄도시’와 현재 촬영 중인 ‘챔피언’과 ‘곰탱이’, 그리고 내년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이프’가 ‘팀고릴라’에서 기획한 영화다.”


‘범죄도시’ 이어 두번째 상업영화 주연
“시나리오 속 현실적 가족 모습에 공감
게다가 밝고 재밌고 의미 있어 더 좋아
무모한 석봉 모습은 나와 비슷하기도”

동생役 이동휘와는 애드리브까지 척척
‘마동석표’ 코미디의 정점 보여줄 작품
“남자다움을 선한 데 펼치는 히어로 무비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하고파”



▶‘부라더’는 당신이 기획한 영화가 아닌데 어떤 점이 좋았나.

“개인적으로 장유정 감독의 팬이었다. 마침 밝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현실적인 가족, 형제의 모습을 그린 시나리오가 나에게 큰 공감을 느끼게 했다. 그저 웃기고 재미있지만은 않은, 의미 있는 구석이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끼리 보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부모님 모시고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석봉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석봉은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소위 뜬구름 잡는 사람의 전형이다. 이루지 못할 꿈을 항상 좇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고 그런 인물인데, 이런 사람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해냈을 때 오는 그런 감동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석봉만큼 무모하지는 않지만, 그의 모습과 나의 한구석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항상 어른인 척하지만 정말 유치하게 아직도 어린애들같이 형제와 치고받고 싸우는 그런 모습이 솔직하게 느껴졌다.”

▶평소 애드리브 같지 않은 애드리브를 잘 구사하는 편이다. 이번 작품은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철저한 준비의 결과인가.

“애드리브를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순발력을 요구하는 코미디나 유머를 구사해야 할 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딱 떨어지는 대사보다 그냥 내가 평소 하는 말처럼 하고 싶어 하게 됐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촬영 전 감독님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느닷없이 구사한다거나 캐릭터에 안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떨 때는 감독님이 비어있는 부분을 (애드리브로)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배우 운이 좋은 것 같다. 같이 하는 분마다 너무 잘 맞았다. ‘범죄도시’에서 (윤)계상이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동휘도 더할 나위 없었다. 내가 지르면 동희가 받아치는 역할인데 즉흥적인 애드리브까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착하고 센스가 있는 배우다. 이하늬씨는 오로라 역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오로라가 4차원적인 캐릭터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난해한 역할인데 정말 잘해줬다. 아무튼 놀라운 연기력 덕분에 현장에서 매번 깜짝깜짝 놀랐다. 특히 그녀가 촬영을 올 때마다 현장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 만큼 너무 밝고 주위 사람을 잘 챙겼다. 어쨌든 우리는 첫 촬영부터 끝까지 서로 눈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마요미’ ‘마블리’라는 애칭이 생겨날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이 왜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짜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답답함을 풀어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영화 ‘이웃사람’ ‘범죄도시’ 등에서 보면 못된 악당을 누군가 나타나서 혼을 내줬으면 하는데 그때 내가 딱 나타나서 그 역할을 해주니 통쾌해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 재밌고 즐겁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다음이 캐릭터다. 예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선택했다. 물론 그렇게 선택해도 촬영 전까지 안 풀리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약간 도전정신이 생기는 것에 끌린다. 내가 한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다든지, 전혀 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캐릭터라든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일단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 잔인하지 않은 통쾌한 액션물이나 재난상황에서 사람을 구해주는 히어로 무비다. 남자다움을 선한 곳에 펼치는 그런 영화들을 하고 싶다.”

▶어떤 연기가 편한가.

“편한 역할은 없다. 다 힘들고 어렵다. 극 중 모습이 아무리 편안하게 보여도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나온 결과다. 결코 쉽지 않다. 어려울수록 고민은 많이 하되 심플하게 보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주·조연으로 출연하는 것보다 우정출연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더 어렵다. 이야기 흐름에 상관없이 잠깐 등장해서 임팩트를 줘야 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책임감과 압박감도 상당해서 전날 제대로 잠을 못 잔다. 그동안은 친분관계 때문에 하긴 했는데 이제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정중히 고사하고 있다.”

▶전보다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내 몸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웃음) 내가 한창 운동할 때는 늘 120㎏을 유지했다. 그런 상태로 10년을 살다가 한국에 오니 다들 내 몸집이 너무 크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100㎏ 정도까지 빼고 첫 영화인 ‘천군’(2005)에 출연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크다고 해서 또 5㎏을 뺐다. 이후 출연하는 영화마다 감량을 요구해서 85㎏까지 뺀 적도 있다. 다행히 ‘범죄도시’와 ‘챔피언’은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상태(100㎏)로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오랫동안 100㎏을 유지하다 보니 살을 빼게 되면 근육량이 감소해서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지금도 가끔 통증 때문에 잠이 깰 정도다. 이제부터 액션영화를 찍을 때는 이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배우가 되기 전 다양하고 많은 직업을 경험했다. 이제 연기가 그 종착지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연기의 어떤 점이 좋은가.

“그냥 좋다. 영화를 하는 게 어릴 적 막연한 꿈이었다. 그런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집에선 내가 가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다. 열일곱에 미국으로 이주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것저것 웬만한 일은 다 해본 것 같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연기에 입문을 했는데 막상 현실로 닥치니까 너무 어려웠다. 그때 ‘연기는 하고 싶다고 마구 덤비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하면서도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가 있지 않으면 바로 도태된다. 이런 것을 조금씩 느끼며 배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나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라도 연기는 오랫동안 하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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