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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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6 08:02  |  수정 2017-11-06 08:02  |  발행일 2017-11-06 제22면
[문화산책] 표현의 자유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2017 건축비엔날레 운영위원회로부터 전시 감독을 의뢰받아 정신없이 전시 준비를 하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대구에서 열리는 대표적 미술 행사 중 하나인 대구아트페어가 곧 개막할 예정이다.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해서 매년 젊은 작가들을 선정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YAP in Daegu)’ 기획전시도 함께 열린다. 올해도 조직위원회에서 전시 감독을 선정하여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하였다. 전시 감독이 선정된 작가들에게 보낸 전시 의도 공문에서는 “사회적 예술을 통해 세계가 당면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에서 나타나는 물적·심리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삶을 위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해 주목해 본다”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런데 진행과정에서 작가 세 명이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사전검열을 당했다며 전시를 보이콧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술가의 삶이 쉽지 않은 사회적 현실에서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은 청년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동시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좋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청년미술프로젝트의 기본적 취지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한 작가들은 큰 좌절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헌법에서는 ‘보도, 언론의 자유와 함께 예술 활동에 창작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물론 단순히 외설적일 뿐이거나 범죄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눈앞에서 9·11테러가 일어나고, 그 이후 부시 정권이 이라크와 전쟁을 준비할 때 수많은 미국인은 분노와 슬픔을 간직한 채 전쟁을 반대하고 부시 정부를 비판했다. 그렇게 어수선한 시기,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미국 효과(American effect)’라는 주제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전시 제목이 주는 뉘앙스로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까지 불쾌하게 발걸음을 안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당시 미국의 정치와 외교,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는 전시 공간은 나에게 잊히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미국 효과’는 긍정적 표현이 아닌 부정적 의미로 미국인들 스스로의 비판과 비평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어 있었다.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돼 6년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좋고 나쁜 표현을 걸러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이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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