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불러 장학금 모으는‘노랑머리 아저씨’

  • 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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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8   |  발행일 2017-11-08 제14면   |  수정 2017-11-08
■ 캘리포니아 장학회 권승남씨
12년간 한결같이 일요일 공연
중앙고속도 동명휴게소‘명사’
가끔 외국인으로 오해받기도
“장학금 수여식 때마다 힘 솟아”
노래 불러 장학금 모으는‘노랑머리 아저씨’
12년째 고속도로 휴게소(동명휴게소)에서 노래봉사를 하며 장학금 모금행사를 벌이고 있는 권승남씨. <정연옥씨 제공>

“제게 일요일은 없습니다. 그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아요. 그렇다고 누굴 돕기 위해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봉사는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칠곡 중앙고속도로 동명휴게소(대구 방면)에 나타나 모금함을 앞에 두고 10년 넘게 노래하는 이가 있다. 이곳 휴게소를 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목격했을 바로 ‘노랑머리 아저씨’ 권승남씨(48·노래강사)다.

그는 한국인 같지 않은 외모 탓에 외국인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다. 간혹 “한국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영람로 물어오는 휴게소 손님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단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마치 마네킹 같다. 호기심이 발동한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도 권씨가 움직이면 깜짝 놀란다. 흰 머리카락을 염색하던 그는 최근 노랑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제 ‘노랑머리 아저씨’로 불린다.

권씨가 12년째 일요일마다 노래봉사를 하며 모금에 나선 것은 캘리포니아장학회(회장 여창회·대구 북구 태전동)를 만나면서부터다. 우연한 기회에 캘리포니아장학회를 알게 된 권씨는 장학회의 활동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노래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창기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갔다. 한때 스무 명이 넘던 노래봉사단은 이제 권씨를 포함해 3명만 남았다. 기운이 빠질 법도 한데 권씨의 노래봉사에는 쉼표가 없다. 어느새 장학회 기둥이 되면서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장학회는 대구지역 각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모범 학생 12명에게 50만원씩, 총 600만원을 수여했다. 권씨는 “장학금 수여식이 있는 날이면 1년간 힘들었던 게 눈 녹듯 녹아내린다. 다시 또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이 불끈 솟는다”고 했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는 권씨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바로 아내 하수련씨(47·마산대 강사)다. 하씨는 12년 동안 남편 없는 일요일을 보내고 있지만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씨 부부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사는 게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90년대 초 민중가요를 불렀다는 노랑머리 아저씨 권씨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봉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몸으로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내 자식도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며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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