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정치 철새는 날아가고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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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0   |  발행일 2017-11-10 제23면   |  수정 2017-11-10
[조정래 칼럼] 정치 철새는 날아가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목록에 하나를 추가하려 한다. 이 가을에, 만추(晩秋)의 서정이 아니라 철새정치인들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안톤 슈낙의 섬세하고 감미로운 언어 대신 철새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이 현란하고 공허하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되고자 하나 철새의 지저귐이 심히 귀에 거슬린다. 철새정치인들, 어쩔까. 마오쩌둥의 참새 제거운동처럼 철새정치인 박멸캠페인은 어떨까. 참새를 제거하면 해충이 들끓지만 철새정치인은 없앨수록 유익하지 않을까.

보수통합이란 미명(美名)을 내걸지만 보수야합이란 오명(汚名)으로 읽힌다. 지방선거 특수를 보려고 정상배(政商輩)들이 끼리끼리 손을 맞잡은 거다. 이대로, 우리가 남이가란 건배사가 안성맞춤. 추운 음지에서 향수병에 걸린 철새들이 따뜻한 고향을 찾아 날아간 거다. 조만간 상종가를 기록할 금배지와 그 주변으로 똥파리 꼬이듯 몰려드는 추종자들, 그들만의 리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릎 꿇고 국민 앞에 사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 뻣뻣하게 서서 ‘국민’과 ‘미래’를 입에 올린다. 유권자 국민의 머리를 석두(石頭)로 여기지 않으면 감행하기 어려운 뻔뻔함의 극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수세력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바른정당 탈당의 변인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만 옳게 들린다. 정치적 이해 외에는 그 어떠한 명분도 원칙도 없다. 이번에 탈당한 의원들 중에는 친박 척결을 실패할 경우에는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한 이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철새라면 언제든지 철새가 될 각오가 돼 있다는 선량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코미디언으로 직업을 바꾸는 게 어떨까. 참으로 좋은 머리로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를 나온 이들이 백주에 국민을 기망(欺罔)하고 있다. 앞으로 머리 좋고 학벌만 좋은 후보는 뽑지 말아야 하겠다.

철면피들에게 책임을 얘기하는 게 가당키나 할까. 하기야 이번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철새들보다 훨씬 더 파란만장한 이력을 지닌 원조 철새들도 시퍼렇게 살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6선의 거물급도 있는데 책임을 지는 이가 아무도 없다. 보수재건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비판을 받을 각오’를 앞세우는 것, 한가해도 너무 한가하다. 보수 궤멸의 위기 국면에 누군가는 책임지고 정계은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느 하나 불출마 선언이나마 했다는 소리는 풍문에도 거짓뉴스로도 들려오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 보수다.

보수 궤멸은 이처럼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두 번에 걸쳐 ‘철새도래지’가 된 한국당은 몸집만 키운다고 보수 통합이 되나. 철새들과 얼마만큼 혁신을 이뤄낼지 두고 볼 일이지만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영입이 그렇게 시급한 과제였나. 보수재건의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바른정당 역시 문제였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다른 당을 흔들고 의원들을 빼내간 한국당은 더 문제다. 간판 바꿔 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한 것 말고 뭐 달라진 게 있나. 당의 보수 웰빙 체질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통합파들이 비판했던 친박 세력은 여전히 건재해 있는데.

보수 철새들에 의한 인위적인 야권개편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다당제를 탄생시킨 유권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패권적인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끝장내라는 건 국민의 명령이었다. 고질적인 진영논리, 막무가내 반대를 위한 반대 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는 게 민심이었다.

철새정치인 소탕에는 낙천·낙선운동이 적격이다. 작금 인터넷 등에는 철새정치인들을 응징하자는 청원캠페인이 봇물을 이룬다. ‘철새정치인’이란 주홍글씨를 그들의 이름에, 사진에 각인하면서. 철새들의 배신 잊지 말고 텃새들을 키우자고 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 참 사이코패스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 선거에서 성숙한 국민의식이 이들을 적출해 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철새정치인은 ‘사이코 패스’ 이전에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은 암초들이었다. 철새정치인 척결이 적폐 청산의 1순위가 돼야 하지 않을까.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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