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도심 부적격시설’ 도원동 3 일대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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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0   |  발행일 2017-11-10 제38면   |  수정 2019-03-20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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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소 공간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전시장에 있는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는 문구가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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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골목 안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대구 중구 도원동 3 일대의 ‘자갈마당’은 오랜 시간 우리 도시 한 부분에 있어 왔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선뜻 나타나지도 잘 내보이지도 못하는 도시의 그늘이었다. ‘자갈’도 없고 ‘마당’도 없는데도 ‘자갈마당’이라고만 불리는 동네다. 최근의 도시적 용어로는 ‘도심 부적격시설’이라고 일컫는다. 대구 자갈마당과 같이 추상명사로 불리는 집창촌 지명은 다른 도시에도 있어 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 588, 용산 역전, 인천 옐로하우스, 부산 완월동, 춘천 난초촌, 전주 선미촌….

자갈마당은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법률이 금기시하는 성(性)의 비공식화에 관련한다. 그래서 도원동 그 거리는 흔히 다닐 수 있는 일상적 거리가 아니었고 객기·주기(酒氣)가 아니면 근접하지 못할 것 같은 19금의 거리다.

이런 도시적 장소성과 사회성에 대한 해석은 논란의 대상으로 되어왔다. 그러나 암울했던 통기타, 향촌동 막걸리, 입영열차의 세대들, 거슬러 그 이전 세대들에게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긴 추억의 거리일지도 모른다. 관념적 사회가 바라보는 19금, 집창촌, 음란퇴폐만으로 통칭할 수 없고 공식화할 수 없는 시대적 문화의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 도원동에 변화의 햇살이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1909년 일제 통치수단으로 유곽 설치
100여년 사회 묵인 속 존재한 19禁 거리

3층 규모의 性매매 업소 건물 리모델링
최근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개관
층별로 성매매 역사·생활 상징적 표현
대구 근대골목의 일부분으로 흔적 저장


◆자갈마당의 역사

자갈마당은 100년 이상의 어두운 역사와 삶의 흔적이 축적된 장소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에 일제의 제국주의 통치수단으로 지금 자갈마당이라 불리는 유곽이 생겨났다. 일제는 유곽 성매매업소 설치, 신사 설립과 참배, 군대 설치 주둔을 3대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후 광복, 6·25전쟁, 경제성장기 등을 거치면서도 도원동은 그 자리를 지켰으며 도시적 영역과 시설공간은 확대됐다. 1960년대부터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될 때까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도 사회의 묵인·방조·외면과 함께 도심 내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 여성 인권, 지역 개발 등의 갈등 문제는 항상 도시가 안고 있는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도시적 변화

오래전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은 여성경찰서장이 임명되며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의 도심 부적격시설들은 재개발 정비사업, 도시계획시설사업 등 도시 개발에 따라서 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용산 역전은 역세권 개발과 함께 이미 고급주상아파트로 변모했고, 청량리 역전도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이 진행 중이다. 춘천 난초촌은 철거해 공영주차장이 됐고, 전주 선미촌도 문화재생사업이 시작됐다.

도시구조 변화에 따른 도시계획 재건축 도시정비계획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고 도심부적격시설은 고립된 섬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자갈마당 입구에 도원동 재개발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시는 지난 10월17일 정비사업 기본구상에 대한 보고회를 열고 개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환경적 요인

자갈마당으로 불리는 도원동 3 일대는 대구역 앞길 태평로의 남측과 달성공원 앞 달성로의 동측 교차구간인 달성네거리 블록 2만3천586㎡(7천여평) 면적이다. 동측에 면한 옛 전매청 부지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완성돼 입주를 시작했다. 그 중간지역은 수창공원이 계획돼 완충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공원 남쪽에는 2013년에 개관한 문화예술공간 ‘대구예술발전소’가 있으며 도원동 남측의 옛 전매청 사택은 창작레지던스 공간으로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주변환경의 변화는 자갈마당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근의 지상철 3호선 달성공원역의 근접성, 삼성그룹의 발상지인 삼성상회 터, 달성공원과 북성로 근대골목 공구골목의 인접성은 도시 문화적 벨트로서의 당위성을 갖추고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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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

골목 100m쯤 안에 복합문화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가 최근 문을 열었다. 이곳의 재생과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중구청의 문화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자갈마당 안에 존재해서는 안되고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가 수개월 공사를 마치고 제자리를 차지했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기웃거리며 자갈마당 안길에 들어선다. 호기심의 발걸음이 아직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인근 대구예술발전소와 두 장소를 잇는 복합문화예술벨트 조성이라는 명분과 함께 자갈마당의 토양 변화를 위한 첫 시도다. 이 건물은 바로 인근에 위치한 기업에서 매입, 중구청에 전시공간 활용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건물 연면적이 441㎡ 규모의 3층이며 6개월간 리모델링을 통해 성매매업소 건물을 전시장으로 바꿨다. 전면은 조형 벽면구성으로 전시장임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업소 분위기를 유지하며 2·3층은 은밀한 방의 칸막이 벽 흔적이 있다. 일부 벽을 헐어서 전시홀을 만들었고, 어떤 방은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작은 전시방을 만들었다. 바닥과 벽의 타일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과거의 형태로 다시 붙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이 건물에서 존재했던 자갈마당 생태와 여인들의 생활 흔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층 자갈바닥과 벽면 포토그래피로 방을 가득 채운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는 문구는 강렬한 메시지를 상징하는 듯하다.

대구가 근대골목을 내세우고 있듯 자갈마당과 그 주변 역시 대구 근대골목의 일부분이다. 건물은 아닐지라도 자갈마당 길이 담고 있는 대구의 근대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지역을 재정비하는 고층아파트 재개발은 최대한 억제하며 공공적 문화예술시설과 충분히 접목해 정비하기를 기대한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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