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전시감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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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3 07:47  |  수정 2017-11-13 07:47  |  발행일 2017-11-13 제22면
[문화산책] 전시감독의 역할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비엔날레나 아트페어 등 대규모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전시감독이다. 전시의 주제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가 결정되면 조직위원회 또는 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리고 운영위원회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담당할 전시감독을 선정하게 된다. 이렇게 선정된 전시감독은 전시의 주제나 성격을 결정하고, 주제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거나 작가에게 주제에 맞는 작품을 의뢰한다. 전시감독은 전시의 성격에 맞는 작가를 섭외하고 선정할 때 폭넓은 조사와 그 작품을 이해하는 지식과 좋은 작품을 선정할 수 있는 객관적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작가의 사적인 친분관계 또는 학연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전시 기획자가 가지는 권한이다. 전시감독의 좁은 시각으로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가 구성된다면 그 전시 또한 관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전시감독은 전시를 위해 특별한 권한을 가지는 동시에 의무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전시의 주제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면 감독은 작가와 작품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져야한다. 이번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YAP)의 경우 작가가 전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독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이콧을 결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YAP 전시에서 감독은 전시 주제와 내용을 발표하고 작가와 작품을 결정했다. 이후 일부 작가의 작품을 교체나 수정을 요구한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전시감독이 작가와 작품을 제대로 보호했는지 의문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역량 있는 전시기획자와 전시평론가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청년미술프로젝트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시기획자나 평론가로부터 젊은 작가를 추천받아 최종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이콧한 작가 중에는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 이 전시에 선정된 작가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전시기획자나 평론가의 의견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진다. 지역의 전시기획자도 대구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외압과 부당함에 전시를 거부한 젊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추천한 지역의 전시기획자나 평론가의 견해가 더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구상하고, 밤을 새우면서 작품 제작에 전념하고 마침내 작품을 완성한다. 그 작품은 작가에게 분신과 같다. 전시기획자에게도 그 전시는 작품과 같고 분신이기도 하다. 외압과 타협하면서 살을 도려내고 찢겨 나가면 그 분신은 결국 흉한 뼈대만 남을 것이다.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에서 작가로서의 소신을 지켜낸 젊은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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