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限韓令 해제 기대 커지는 업계…한류는 다시 거세질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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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3   |  발행일 2017-11-13 제23면   |  수정 2017-11-13

한류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로 인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빗장을 걸어 잠근 지 1년여 만이다. 사드 갈등 봉합 움직임이 감지된 건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이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한한령(限韓令)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며 중국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해 무드를 위한 발걸음

20171113
‘맨투맨’의 주인공 박해진
20171113
송중기-송혜교 결혼식
20171113
‘푸른바다의 전설’
20171113
‘윤식당’

지난달 31일 비공개로 진행된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은 중국 매체들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는 두 사람의 결혼식을 실시간 생중계로 내보냈다. 텅쉰, 왕이망 등 수십여개의 중국 매체들도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서는 당일 조회수가 2억건에 육박할 정도였다. 한류 보도가 전면 금지됨은 물론 한류스타들의 중국 활동도 일체 제동이 걸렸던 지난 1년 여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한중 양국이 사드 합의문을 발표한 날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이 이뤄졌고, 이들의 결혼식이 화해 모드의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한령 속에서도 한류 유통 계속
박해진 주연의 ‘맨투맨’ 종방연
송중기-송혜교 커플 결혼 생중계
권지용 음반 하루 76만여장 판매
로봇 소재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내년 봄 편성…관계 해빙 신호탄
일각선“예전 같지 않을 것” 전망



사실 한한령 속에서도 한류 스타와 콘텐츠는 중국에서 계속 관심의 대상이었다. 중국내 방송채널이 2천개가 넘고 급속히 확대 성장하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을 생각한다면, 이를 채워줄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 점에서 한류 콘텐츠는 가성비 높은 귀한 자원인 셈이다. 한국 드라마보다 몇 배 높은 제작비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배우 출연료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화해 모드를 더 애타게 기다리는 쪽은 아마도 중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일 듯 하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의 불법 시청이 오히려 더 기승을 부렸던 건 단적인 예다. 국내 드라마의 수입 경로가 막히면서 인기 드라마들이 중국 P2P 사이트들을 통해 불법 유출되고 있었던 것. 그런 경로를 통해 접한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 등이 큰 화제를 모았고, 웨이보에서는 불법 콘텐츠임에도 한류 드라마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물론 이로 인한 국내 드라마업계의 피해는 상당하다. 중국 당국이 한한령 이후에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방관하다시피 했고, 이 틈을 타고 ‘윤식당’ ‘효리네 민박’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그대로 표절됐다. 그동안 중국 엔터테인먼트업계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판권을 정식으로 구입해왔다.

◆제2의 한류열풍을 기대하며

한류업계는 이번 합의문 발표를 계기로 한중 간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이 다시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류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배우 이다해는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친 중국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의 내년 방송을 앞두고 있다. 한한령으로 인해 방영이 무기한 연기됐던 이 드라마는 현지 제작사가 방송 편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중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쪽 드라마 제작사가 최근 현지 프로모션 관련 등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연락을 해왔다”며 “사드 배치 결정 여파로 1년 이상 방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한류스타 박해진이 주연한 드라마 ‘맨투맨’의 종방연 현장이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소후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해진은 한한령을 뚫고 중국 스타일 매거진 ‘소자시크’ 11월호 표지모델로 발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해진의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는 “‘소자시크’는 중화권에서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표지모델로 기용해왔다”며 “이번 표지모델은 지난해부터 ‘소자시크’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와 성사됐다”고 밝혔다. 2011년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이야기’를 통해 한류스타가 된 박해진은 이후 꾸준한 현지 활동으로 중국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6월에는 빅뱅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권지용’이 중국 QQ뮤직에서 하루만에 76만2천여 장이 판매돼 중국 팬들의 한류 사랑은 영원함을 보여줬다. 또 가수 비를 모델로 한 화장품 광고는 지난 10월부터 현지 전파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 1일에는 걸그룹 마마무가 ‘아시아-태평양 방송연합 송 페스티벌 2017’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쓰촨 위성 TV로 생중계됐다.

드라마 시장도 화해 모드에 대비하고 있다. 서강준·공승연 주연의 로봇 소재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는 중국과 동시 방영을 염두에 두고 편성을 봄으로 미뤄둔 상태다. 내년 방송을 목표로 제작되는 드라마들 역시 중국 시장을 사업계획안에 넣고 움직이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을 제작한 iHQ 황기용 제작본부장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쪽에서 조금씩 접촉을 해오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 시장이 조만간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류 쿼터는 더 강화될 수도

사드 갈등이 차츰 봉합되고 관련 사업들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지만, 한한령이 걷히고 난 이후의 중국 시장은 예전만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한류 콘텐츠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이 자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올려 놓았고, 우리가 주춤한 사이 일본 콘텐츠가 발빠르게 그 자리를 치고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iHQ 황기용 제작본부장은 “중국이 늘 한류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시장이 열리더라도 한류 콘텐츠 수입 쿼터는 더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한령 전에는 한류 콘텐츠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그 사이 중국 시장 상황이 변해 판매 가격에도 변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용석 SBS 드라마 EP 역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중국은 한류 콘텐츠가 너무 잘돼서 단속하고 싶던 차였다. 다시 시장이 열려도 예전만 같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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