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엇갈리는 ‘文정부 6개월’의 기억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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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3   |  발행일 2017-11-13 제30면   |  수정 2017-11-13
“권위 내려놓고 소통강화”
“적폐청산 미명 정치보복”
반년 동안 인식의 평행선
다시 새로운 시작 조짐도
갈등 종착점은 어디일까
[송국건정치칼럼] 엇갈리는 ‘文정부 6개월’의 기억

문재인정부는 지난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대통령 비서실은 ‘숨가쁘게 달려온 6개월에서 결정적 순간 10장면을 골라봤다’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해당 사진들을 올렸다.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민께 인사드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가장 먼저 꼽혔다. 그 다음은 시간 순으로 ‘청와대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와 함께 첫 산책’(5월11일)→‘대통령 첫 공식행사’(37주년 5·18기념식에서 유가족을 안아주는 문재인 대통령)→‘국회 첫 시정연설’(6월12일,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앞길이 처음으로 국민께 완전히 개방된 날’(6월26일)→‘국회 4당 대표 초청,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소개하는 문재인 대통령’(7월19일)→문재인 대통령의 첫 휴가(오대산에서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7월31일)이 올랐다.

다음은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주관하는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상자인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9월20일)→‘지난 대선, 투표참여 독려를 위해 시구를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첫 시구로 약속을 지킨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10월25일)→‘트럼프 대통령을 첫 국빈으로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서 “취임식부터 권위주의 대신 열린 소통을 상징하던 첫 인사 후 산책 장면,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울렸던 첫 지방 공식행사, 첫 국회연설, 첫 청와대 앞길 개방, 협치를 위한 첫 당대표 초청 행사, 첫 휴가 등산길에 시민들과 만나던 모습, 취임후 첫 수상식이던 애틀랜타 세계시민상 행사, 깜짝 방문으로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던 첫 시구 행사, 그리고 이번주 첫 국빈맞이 행사까지. 사실 10장면을 고르는 과정이 참 어려웠습니다”라고 썼다.

그런데 청와대가 ‘어렵게 고른’ 10장면 중엔 너무 감성적이거나, 의미가 있는 행사였더라도 이벤트를 앞세운 장면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눈높이에 맞춘 행보를 하는 건 사실이다. 6개월 동안 국정운영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 요인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게 ‘소통잘함/국민공감 노력’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이후 붕괴된 국정운영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이었어야 할 6개월 동안의 명장면이 과연 그런 일밖에 없었을까. 청와대 홈페이지는 결정적 순간 10장면을 소개한 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결정적 장면은 어떤 것일까요”라고 물었다.

야당 지지층에겐 당장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지 않을까.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한반도 전쟁위기, 사드 갈등, 탈(脫)원전 논란, 새 정부 인사 파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보이콧,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쟁 같은 일들이다. 여기다 어제(12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론에 대해 바레인 출국 길에 인천공항에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정면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소통과 스킨십을 6개월의 기억으로 간직하지만 반대편에선 편가르기와 보복의 세월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쟁이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느낌이다. 여당은 국정감사를 마치면서 ‘적폐청산 리스트’를 짰다.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73건을 다시 철저히 파헤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걸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딜까.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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