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여앉아 길바닥에 그린 그림 동네명물이 되다

  •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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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5   |  발행일 2017-11-15 제12면   |  수정 2017-11-15
대구 동구 옹기종기 행복마을
주민 등 150명 그림행사 참가
20171115
‘옹기종기 행복마을’의 길바닥 그림 그리기의 날에 참여한 학생과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대구시 동구 동촌종합사회복지관 인근 좁고 긴 공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업복을 입은 대학생들과 동네 주민 15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거나 앉아 있다.

남창현 동촌복지관 부관장이 “‘옹기종기 행복마을’의 길바닥 그림 그리기의 날”이라고 귀띔한다. ‘옹기종기 행복마을’은 대구선이 이설된 후 철길 주변의 주택 50여호 담장에 벽화를 그리면서 2012년부터 생긴 마을 이름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복지관에서는 작업에 동참할 주민 50가구를 모집했으며, KT&G의 상상볼런티어 학생 봉사단 40명과 대구가톨릭대·대구대 학생 40명도 한몫을 하기 위해 모였다.

작업이 시작되자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주민과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화가라도 된 것처럼 심각하고 진지했다. 페인트칠이 묻을까 염려돼 비닐로 덮어놓은 자전거길에는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부산했다.

삭막한 도심에서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보기도 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의 천성도 순박하지만 행정기관과 복지관의 유대가 좋아, 행사 때마다 서로 돕다 보니 주민 참여도도 남달리 높다는 것이 최원영 동촌동 행정복지센터 사무장과 윤정아 사회복지팀장의 설명이다. 동촌동 행정복지센터가 추진하는 ‘미소친절데이’나 ‘깨끗한 동촌동을 위한 환경지킴이’ 같은 행사에는 복지관과 보건소 같은 유관기관들이 동참하기 때문에 주민 참여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 때문인지 주택가를 흐르는 방천천에는 맑은 물속에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물길 주변으로 여뀌·소루쟁이·고마리 같은 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며 수질을 정화한다. 주변 가로수에는 작은 가족푯말에 태양광등이 설치되어 있다. 복지관에서 추진 중인 한 가족 한 나무 돌보기사업인 ‘우리동네 가족나무’에 참가한 사람들이란다.

걷다 보니 도로변에는 앙증맞은 우편함도 있다.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의 스토리를 모으기 위해 동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작, 설치했다고 한다. 오후가 되자 군데군데 완성된 그림들 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옹기종기 행복마을의 오늘 활동은 그림으로, 낙엽 속으로 가을동화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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