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적폐청산과 신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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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  발행일 2017-11-16 제30면   |  수정 2017-11-16
[차명진의 정치풍경] 적폐청산과 신적폐

국민들은 지금 적폐와 싸우는 문재인정부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적폐청산 쇼의 이면에 새로운 적폐가 쌓이고 있습니다.

첫째,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들이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기존의 투자 중심 성장정책을 180도 뒤바꾸는 획기적인 시도입니다. ‘문샤인’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을 적대적 상대가 아닌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노선이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노벨평화상 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이름조차 잊었습니다. 국력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역량을 적폐청산에 쏟고 있으니 공약들은 실현은커녕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둘째, 대한민국 정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일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현 정권의 잣대로 다시 재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지금 정부의 일들도 5년 후 어떻게 평가될지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는 정권교체가 되면 국정과제 1호가 전 정권 재평가라는 법칙이 성립될 듯 싶습니다. 정치 주제가 거꾸로 가니 정치 주인공도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겨뤘던 분들이 다시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겨뤄봤으니 그만큼 현 상황을 잘 대처하겠지요. 그러나 적과 싸우다 보면 적을 닮아갑니다. 본인도 모르게 지역주의, 적대적 공생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지역주의를 고착시킨 3김 정치의 데자뷔가 연상됩니다.

적폐청산 정치가 불러온 가장 큰 폐해는 온 세상이 적폐냐 아니냐의 흑백논리로 재단된다는 겁니다. 얼마 전 계란파동이 났을 때 적폐계란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애교에 불과합니다. 정파를 초월해야 할 외교와 안보마저 적폐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장군들이 애매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고 있습니다. 이제는 군인들도 총을 쏘기 전에, 북한 해커의 댓글질에 대응하기 전에 국내 정치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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