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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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07:51  |  수정 2017-11-17 07:51  |  발행일 2017-11-17 제16면
[문화산책] 새로운 물결
고현석(영화감독)

제63회 칸영화제에는 국내 작품으로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경쟁부문에 올라가 있었다. 내심 이창동 감독의 ‘시’가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태국의 정글을 배경으로 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가 수상의 영예를 얻은 것이다. 태국 영화는 1990년대 중반 태국의 젊은 감독들을 중심으로 소위 ‘태국 뉴웨이브’를 이끌어왔고 세계가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뉴웨이브(New wave)는 프랑스어로 누벨바그(Nouvelle Vague)라고 하는데 영화의 발전과 거장들을 이야기하는 데 결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950년대 무너져가는 프랑스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된 누벨바그는 안이한 관습에 대항해 감독의 개성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위 작가주의 영화라고도 하는데 점프컷, 핸드헬드, 카메라 응시, 자연광 활용, 즉흥 연출 등 오늘날 당연시하는 영화 기법들이 그 당시에는 영화 실험이었다. 누벨바그의 자유로움과 혁신성은 동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누벨바그는 미국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는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었는데 뉴시네마의 격랑이 일어나면서 할리우드식의 오락물이 아닌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대안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사이 할리우드는 장기간 불황에 시달리게 되는데, 1970년대 이후 ‘죠스’를 시작으로 막대한 물량 공세로 큰 수익을 얻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해갔다.

미국 영화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독립 영화가 공생 관계를 맺으며 미국 영화의 토양을 만들어갔다. 오늘날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스페셜티 디비전(Specialty Division)을 통해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미국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로 ‘위플래쉬’를 공개했던 데이미언 셔젤은 차기작으로 ‘라라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올해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성과가 빛나는 해였다.

김용삼 감독은 ‘혜영’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김현정 감독은 ‘나만 없는 집’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장병기 감독은 ‘맥북이면 다 되지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처음에는 개인의 성과라고 생각했던 수상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영화제에서 만난 어떤 영화 관계자의 부끄러운 칭찬으로 들렸던 ‘대구 뉴웨이브’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그들은 영화를 전공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나 관습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고 대구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꾸준히 해오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것을 갈망해왔던 건 아닐까. 고현석(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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