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룡의 수도 대구에 자연사박물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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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  발행일 2017-11-17 제21면   |  수정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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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대구 청구고 교사)

20여년 전 학회 참석차 대구에 온 일본의 지질학자를 안내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대구의 자연사박물관이나 과학관을 보고 싶다고 해 대구박물관으로 안내한 적이 있다. 당시 대구에는 과학관이나 자연사박물관은 없었고, 현재 폐관된 영덕의 경보화석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250만 대도시 대구에 자연사(화석)박물관이 없다는 데 그가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대전의 지질박물관을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경남 고성 공룡박물관, 전남 해남의 우항리공룡박물관, 목포 자연사박물관, 공주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태백 고생대박물관, 포항 해양화석박물관, 강원 동해 망상고래화석박물관(현재 폐관) 등이 건립됐다.

이에 견줘 대구는 중생대 전기백악기 시대(1억2천~1억년)에 퇴적된 경상분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나 자연사박물관이나 화석박물관조차 없다.

대구는 공룡의 수도라고 할 만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화석지가 분포한다. 1994년 10월 신천 하상(수성교에서 동신교 사이)에서 공룡발자국화석이 처음 발견된 이후 와룡산 자락(현 성서 아파트단지), 노곡교 건너 고속도로변, 동구 지묘동, 남구 봉덕동 고산골, 대구지방경찰청 뒤쪽 무학산 등산로, 시지 매호천 고산성당 앞 하상, 욱수천 태왕하이츠 아파트 앞 하상, 최근에는 혁신도시 내에서도 공룡발자국화석이 발견됐다. 오래전 대륜고 앞 담티고개 도로를 확장할 때 개갑류 화석(Esteria)이 무더기로 산출됐다.

수년 전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관계자가 화석박물관 건립 필요성을 두고 필자를 찾아왔기에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조언을 했다. 그러나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사이 대구의 표본들이 대전에 있는 지질박물관과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중앙과학관 등지로 흩어졌다.

일본의 경우 여러 시나 현에 시립과학관 또는 자연사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기타큐슈시 자연사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어류인 디플로미스투스를 전시하고 있다. 원래 도쿄의 국립과학박물관으로 이전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이 기타큐슈시에서 채취된 사실을 알고 ‘자연사 박물관 개설 준비실’을 발족, 5년 뒤 임시박물관을 만드는 한편 인근의 폐교된 초등학교 시설에 수장고를 두게 했다. 2002년 스페이스월드역 앞으로 지금의 박물관을 건립해 다른 자연사박물관과는 차별된, 어류화석을 주요 연구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공룡 관련 전시물들도 많고 특히 경남 고성군의 목긴 공룡전시물과 공룡발자국 복제물들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이유는 이 지역 어류화석 표본들이 서식 당시 경상분지와 규슈는 연결돼 있었고, 어류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25년 전부터 설립 논의가 있었지만 경제논리에 떠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그사이 수많은 화석표본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가고 있다.

최근 대구 달성군이 대구의 한 독지가로부터 평생 모은 화석과 기타 소장품을 기증받아 비슬산에 화석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고 있다. 일각에선 화석과 관련이 없는 대구에, 게다가 비슬산 중턱에 화석(자연사)박물관을 만들려고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걸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지명이란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이름을 붙였다. 인류 존재 이전 이 땅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번성하고 멸종하는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인간이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기타큐슈자연사박물관에 왜 경남 고성군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고, 그 발자국의 주인공인 목긴 공룡을 메인홀에 전시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될 것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개관 이후 매년 30만~40만명 관람객이 다녀가 최근 관람비를 8천원으로 인상했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현재 세종시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종시가 화석과 관련이 있어 그곳에 박물관을 만드는가. 이에 비해 비슬산은 자연사 혹은 화석박물관이 들어설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달성군 구지면 일대 달성2차산업단지 조성 용역을 수행하면서 그 일대에서 많은 중생대 식물화석이 산출됐고, 비슬산에서 20㎞ 정도 떨어진 고령군 성산면 도로확장지에서 공룡 이빨을 비롯한 수많은 어류화석이 산출됐다. 더 멀리 선산·군위 일대에 다양한 중생대 동식물 화석이 있고, 포항 일대는 신생대 화석의 보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공룡의 수도 대구에 화석박물관을 건립하라. 김태완 (대구 청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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