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진도 대구·경북서 발생할 것” 지역민 ‘지진 포비아’ 확산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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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8 07:30  |  수정 2017-11-18 09:02  |  발행일 2017-11-18 제4면
1년새 강진 두차례 극도의 불안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도 퍼져
“재난대비 행동 스스로 익혀야”

대구·경북지역민 사이에서 이른바 ‘지진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불과 1년여 사이 강진을 두 차례나 직접 겪은 경주와 포항 시민들은 “언제 더 큰 지진이 올지 모른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진앙지와 비교적 가까운 곳인 포항 북구 두호동 김모씨(59)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한동안은 지진이 날 염려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직접 지진 피해를 겪어보니 약한 여진에도 가슴이 떨려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지진으로 나뒹굴었던 가재도구를 다 치운 뒤 혹시 몰라 집 안에 균열이 없는 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처나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주민들 사이에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김씨는 “지진 당일 저녁에 큰 지진이 온다느니, 건물이 추후 붕괴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느니 하는 소문들이 퍼져 불안감이 더욱 컸다”며 “SNS와 온라인 댓글, 뉴스 등 여러 정보에다 불안감이 더해져 유언비어가 양산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주 시민들은 지난해 지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최인접한 포항에서 또다시 큰 지진이 일어나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경주 황남동에 사는 주부 정모씨(29)는 이번 포항지진 때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생존가방이 담긴 차를 몰고 첨성대 방향 공터로 대피했다. 그는 “지난해 지진 피해 이후 어머니께서 불안감을 자주 호소해 생존가방을 구입했다”며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 놀랄 정도의 ‘지진 트라우마’가 최근에서야 누그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지진 이후 다시 도졌다”고 토로했다.

진앙지와 다소 떨어진 대구시민들도 지진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 사는 회사원 신모씨(34)는 “대부분의 직장 동료들이 또다시 한반도에 큰 지진이 발생하면 당연히 대구·경북지역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포항 부모님이 이번 주말 대구에 와서 한동안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거듭된 지진으로 재차 쌓인 심리적 부담감과 불안감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국가적 재난 방지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개인 스스로도 생존가방 마련 등 재난 대비 행동양식을 몸에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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