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프로축구 대구FC 주장 한희훈

  • 명민준 이현덕
  • |
  • 입력 2017-11-18   |  발행일 2017-11-18 제22면   |  수정 2017-11-18
“상대 선수와 치열한 몸싸움 희열…내 이름 K리그에 각인시키고 싶어”
20171118
대구FC 한희훈 선수가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올해 K리그 클래식(1부)으로 승격한 대구FC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킥오프도 하기 전에 유력한 ‘강등 0순위’로 꼽혔다. 시즌에 들어가자마자 예상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시즌 초반 클래식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주축 외국인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당했고, 손현준 전 감독이 물러나는 등 상황이 그야말로 최악을 향해 치달았다.


“팀 수비력 강화 오퍼…도전 의식 생겨
日리그 열정 컸지만 꿈만 좇을순 없어
작년 부천FC 영입후 올 대구FC 이적
실수 한번에 팀 강등…지략싸움 치열
뛰다보니 상대 공격수 움직임에 감 와
내년 시즌 6위내 목표…팬들에 보답”


시즌 중반쯤부터 클래식 적응을 마친 대구FC는 안정세를 찾아갔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안드레 감독대행이 전열을 가다듬었고, 선수들의 조직력도 점차 되살아나면서 위협적인 팀으로 변모해 갔다. 9월 말부터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간 대구FC는 지난달 28일 적진인 포항스틸야드에서 포항과 마주했다. 대구FC에는 잔류권이, 포항에는 스플릿A행 티켓이 걸린 피할 수 없는 승부였다.

잔류를 향한 절박함이 더욱 강력했다. 팀이 자랑하는 주니오, 세징야, 에반드로 ‘브라질 트리오’가 무서운 기세로 몰아쳐, 2-1 승리를 챙긴 대구FC는 마침내 잔류권을 거머쥐었다. 자연히 스포트라이트는 브라질 트리오와 안드레 감독대행에게 향했다. 사실 대구FC의 핵심전술은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역습을 노리는 것이다. 탄탄한 수비력이 있기에 브라질 트리오가 맹공을 퍼부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잔류도 가능했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센터백 한희훈이 있다. 대구F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를 영입했다. 조광래 사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했을 정도로, 나름대로 절박했던 영입전이었다. 지난 7월 주장 박태홍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주장 완장은 한희훈에게 넘어왔다. 비록 후배로부터 잠시 넘겨받은 완장이지만, 그의 책임감은 남달랐다.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한희훈과 만나 대구FC의 잔류과정과 그의 축구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쉽지 않은 시즌이었을 것 같다.

“특히 6월부터 7월까지가 힘들었다. 6월17일 광주전 무승부를 시작으로 7월15일 전남전까지 8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특히 7월15일 전남전에서는 0-3으로 지고 있다가 3-3까지 쫓아갔는데, 경기 종료 8분을 앞두고 골을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팀의 마지막 수비수인 센터백으로서나 주장으로서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주장 완장을 골키퍼인 (조)현우에게 넘기려 했지만, 동료들이 나를 오히려 격려해줬다. 특히 전남전 패배가 촉발제가 됐다. 확실한 전환점이었다. 다음 경기인 포항전(7월19일)에서 3-0 대승을 거두고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을 때도 부담감이 컸을 텐데.

“(박)태홍이 중학교 후배라서 워낙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대구FC로 이적한 뒤 태홍이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 태홍이가 부상으로 빠지고, 주장 완장을 넘겨받아서 사실 부담감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아끼는 후배가 다쳤으니 말이다. 일단 완장을 차니 책임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상지대 시절에 이미 주장직을 맡아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3학년 때 완장을 찼었는데 3학년이 4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주장이 되는 것은 파격적이었다(웃음). 프로팀에 들어와서는 처음으로 주장을 달았는데, 일단 팀이 강등권에서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 응집력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습할 때 파이팅을 끊임없이 외쳤고, 필드에서도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독려하는 데 애썼다.”

▶커리어 통틀어 첫 1부리그 시즌이었다고.

“상지대를 졸업할 때쯤 선배들에게 일본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설과 인프라 면에서 엄청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일본리그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었고 곧바로 도전했다. 4학년 때 대학시즌을 마친 후 과거 안정환 선배가 뛰었던 시미즈 에스펄스에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무릎 연골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상지대에서 다시 1년 가까이 훈련을 해야 했다. 다음 해 일본 2부리그인 에히메 FC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도이치SC라는 일본 2부리그팀으로 이적했고, 지난해 부천FC에 영입됐다. 도이치에서 무조건 1부리그를 밟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꿈만 좇을 나이가 아니더라. 일본에서는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1부리그를 밟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했다. 지난해 시즌은 너무 안타까웠다. 부천이 3위를 차지해 1부리그 승격권을 둔 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 1-0으로 앞서다가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동점골을 먹었다. 생애 첫 1부리그를 밟는다는 희망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며칠 밤낮을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리고 부천 동료들과 다시 한번 1부리그를 노리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대구FC에서 오퍼가 왔다. 부천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하려 했지만, 조광래 사장님의 설득과 더불어 1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그래서 대구FC에서 맞은 올해 1부리그는 어느 때보다 값진 시즌이었다.”

▶강등의 아픔을 잘 안다고.

“그렇다. 강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잔류 의지가 더욱 강력했던 것 같다. J2리그 에히메 시절 강등당했다. 강등권에 있으면 정말 경기에 나서기가 무서워진다. 내 실수 한 번으로 팀이 강등할 수 있으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특히 일본의 경우 팬들의 관심이 정말 높은 편이다. 강등이 걸린 경기에서 패하자 팬들로부터 온갖 욕을 들었다. 팬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서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라커 룸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 같은 경험으로 팀을 위해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강등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센터백으로서 더욱 심하게 육탄전을 벌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1부리그는 어떤가?

“선수들의 지략싸움이 치열하다. 선수 개개인이 한 수, 두 수 더 보고 상대방을 속이면서 움직인다. 예를 들어서 공격수나 미드필더들은 패스하는 척하면서 드리블을 치려다가 다시 패스하는 등 세련된 움직임을 보인다. 수비수의 경우, 패스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이동하려다가 태클을 시도하는 등 변화무쌍한 플레이를 펼치더라. 처음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경기를 치러보니 또 적응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도 금세 주전을 꿰찼다. 비결이 뭔가.

“내 영업비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는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잘 예측하는 편이다. 앞서 말한 대로 1부리그 공격수들은 상당히 영민한 스타일을 펼치는데 한두 번 속다보니 감이 오더라. 그래서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키 181㎝에 75㎏으로 센터백치고는 왜소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스타일이다. 태클을 하면서, 그리고 상대 선수들과 몸을 세게 부딪치면서 희열을 느낀다.”

▶근성의 원천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를 정말 잘했다. 축구부가 없었는데, 학교에서 제일 잘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축구부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셨다.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는 내가 태권도인의 길을 걷기를 바랐다.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한 뒤 아버지와 내기를 했다. 2학년 때까지 주전을 달지 못하면 태권도를 다시 시작하기로. 당연히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여자친구랑 사격장에 가서도 절대로 져주지 않는다. 장난 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을 추구한다.”

▶대구FC의 다음 목표와 남기고 싶은 말은.

“일단 남은 한 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 시즌에는 6위 안에 드는 것을 지향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준 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대학리그 이후 J리그에서 뛰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한희훈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아직도 어색할 것이다. 내 이름 석 자를 K리그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한희훈은 △생년월일: 1990년 8월10일 △신체조건: 181㎝ 74~75㎏ △프로경력: 2013 일본 J2리그 에히메FC/ 2014 일본 J2리그 에히메FC/ 2016 K리그 챌린지 부천 FC/ 2017~K리그 클래식 대구FC △여자친구: 있음 △ 군역: 군면제(시미즈 에스펄스 입단 테스트 도중 무릎 부상으로 인함) △별명: 하니(‘달려라 하니’의 하니. 실제 한희훈 응원가는 ‘달려라 하니’ 주제가) △취미: 프로야구 경기 보기, 친구들과의 조기축구 △특이사항: 태권도 4단(태권도 사범인 부친의 영향) △애완동물: 토끼 등(여자친구를 대신해서 키워주고 있음) △대구에서 자주 가는 곳: 동성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