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사람이 모르는 대구의 가치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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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0   |  발행일 2017-11-20 제31면   |  수정 2017-11-20
[월요칼럼] 대구사람이 모르는 대구의 가치

필자는 영남일보에서 고객지원국장과 CEO아카데미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CEO아카데미에는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강사로 초빙해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 출신의 저명 인사들이 대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강연 때나 둘만의 대화에서 들을 기회가 있다.

덕담 차원에서 대구의 장점을 얘기하는 강사가 있고, 대구 발전을 위한 충고를 해준 분도 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난 3월 말에 강연을 한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말이다. “대구는 정말 멋진 곳이다. 그런데 정작 대구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서 이사장은 동구에 있는 불로고분군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불로고분군을 걸을 때 1천여 년 전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고 감동했다. 크고 작은 고분들이 곳곳에 있어 큰 왕릉만 몇 개 있는 경주보다 훨씬 운치가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대구시민들은 불로고분군을 잘 모르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구 토박이인 나 역시 그때까지 불로고분군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서 이사장의 말에 자극을 받아 불로고분군을 걸었을 때 그곳에 크고 작은 무덤이 214개나 있고, 무덤의 주인이 5~6세기 이 지역 지배층으로 추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난 대구를 잘 알고 대구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명소를 외지인 때문에 제대로 알게 됐으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 이사장의 말이 더 와닿았던 것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지역 출신의 대구사람들에게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온 지 25년이 다 돼 가는 보통사람이다. A씨는 대구는 정말 가볼 곳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그중엔 불로고분군도 있었다. 그가 꼽은 곳은 마비정벽화마을·대구수목원·김광석거리·팔공산·금호강 하중도….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사람들은 대구엔 갈 곳이 없다고 하는데, 왜 갈 곳이 없냐. 갈 곳이 너무 많은 멋진 곳이다.”

부산에서 대구로 이사온 지 10년이 된 B씨. 대구로 이사올 무렵 B씨는 팔공산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내가 살 대구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너무 좋다”고 생각했단다. B씨는 바다가 보고 싶으면 부산에 간다. B씨에게 대구는 1시간이면 바다도 볼 수 있는 멋진 도시다.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기업 간부인 C씨. 그는 대구의 교통망을 너무 좋아한다. 그는 버스·택시·지하철로 모두 출근해 봤는데,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더라도 도착 시간대가 비슷한 게 너무 신기하다.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겪어봐야 대구가 얼마나 쾌적한 도시인지 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구는 살기좋은 도시’라는 말을 토박이보다는 외지에서 살아본 대구사람에게 더 많이 듣는다. 이유가 뭘까. 내가 내린 답은 ‘늘 가까이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15일의 포항 지진 때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냐는 안부전화를 하는 나를 봤다. 그런 나를 보면서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 때 본 동영상이 떠올랐다. 2004년 12월26일의 동아시아 대지진 때 쓰나미에 휩쓸려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상황, 그때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확인하는 가족애를 그린 영화 ‘더 임파서블’(2013년 1월 개봉)을 요약한 동영상이다. 그 동영상에 이런 말이 나온다. ‘늘 함께 있을 때는 모르는 가족의 소중함을…’ ‘가족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매 순간이 기적입니다. 당신은 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을 되새기면서 내 주변 대구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대구에서 살다보니 대구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지낸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 대구에서 살아가는 일상에 고마워하라.”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의 대구 예찬론자인 대구시 고위공무원이 했던 말도 되새겨본다. “대구사람이 대구를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대한민국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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