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등에 탈 것인가 먹힐 것인가] 중국 소비시장 진단과 공략법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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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8면   |  수정 2017-11-21
中시장 성공 관건은 현지화…상품 고급화·다양한 유통채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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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한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의 방송 장면. 이날 하루 판매액이 28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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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한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매출이 하루 판매액 28조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날 광군제 판매액은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구매액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광군제의 성공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모바일 결제 시장 급성장 등의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13억6천만명이란 거대한 소비 시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규모의 경제란 측면에서 중국을 뛰어 넘을 시장은 없다. 13억6천만명의 0.2%만 점유해도 대구시보다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셈이다.

◆중국 1등이 세계 1등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사회 소비품 소매 총액은 33조2천316억위안(한화 약 5천50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도시가 28조5천814억 위안(약 4천736조원)으로 0.6%, 농촌은 4조6천503억위안(약 770조원)으로 10.9% 늘었다.

이 가운데 전자상거래 소매 판매액은 5조1천556억위안(26.2% 증가)이며, 이 중 실물상품 판매액은 4조1천944억위안으로(25.6% 증가) 전체 소비품 매출 총액의 12.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대략 6천만개가 넘는 중국 기업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기업은 60만개다. 이들 기업은 거대한 자국 내수시장에서 경험과 자본을 축적한 뒤 해외 기술을 습득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며 성장했다.


13억6천만명 거대 내수시장
中정부 보호무역 기조 강화
자국기업 지원강화 등으로
韓기업 입지 갈수록 좁아져

‘유통합작사’ 전략 등
적절한 방안 모색해야



대표 기업이 바로 마윈이 이끌고 있는 알리바바다. 유통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윈은 전 세계에 알리바바란 유통 제국을 세우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13억6천만명이란 중국 시장의 일등이 글로벌 1등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이 이뤄진 뒤 그 혁신이 4~5년 정도 지속되고 표준화되면 그 산업은 결국 비용 경쟁력이 있고 거대한 시장을 갖춘 중국 기업이 장악한다”며 “글로벌 기업 100개를 키워낼 수 있는 동력을 13억 인구와 중국의 내수시장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등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 토종 업체들의 성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종업체 약진에 주목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시 일반 소비재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3% 상승한 1조2천623억위안(한화 약 209조원)으로 토종업체 매출총액 증가율은 8%였다. 반면 외자브랜드의 매출액 상승률은 1.5%에 불과했다. 토종업체들이 고급화되고 있는 중국 소비 시장 추세를 따라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선 다국적 기업이 절대 강자인 중국 샴푸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표 로컬 브랜드인 ‘쯔위안’(滋源·seeyoung)은 무실리콘 샴푸로 프리미엄시장을 선점했다. 쯔위안은 2013년 9월 중국 CCTV가 실리콘 샴푸의 악영향을 보도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리콘 샴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이듬해인 2014년 3월에 무실리콘 샴푸를 출시해 신속하게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P&G·로레알 등 다국적 기업들은 각각 2014년 4월과 11월, 유니레버는 1년 후인 2015년 6월에야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외국 기업들이 70%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 치약시장에서도 중국 중의약 전문 제약사 ‘윈난바이야오’(云南白藥)가 약진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치약을 처음 출시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121억위안 매출을 실현하고 2015년 기준 중국 시장점유율 2위(16%)를 달성했다. 윈난바이야오 치약의 성공비결은 △브랜드 파워 △잇몸질환을 치료하는 중의약 효능 강조 △유통채널 면에서의 차별화 △다양한 광고전략 등이다.

또 중국에서 불고 있는 ‘건강’ ‘웰빙’ 등의 트렌드에 맞춘 중국산 럭셔리 요구르트 ‘러춘’(Lechun(樂純))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출시된 고급 요구르트인 러춘은 이국적인 노천카페와 바(Bar)가 즐비한 한국의 이태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싼리툰(三里屯) 매장에서 고객과 행인들이 유리창 너머로 생산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으며, 기업 홈페이지에 원료·사용량·생산온도 등 제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러춘은 한 발 더 나아가 매장 방문자와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해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경쟁 제품의 5배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사는’ 럭셔리 요구르트로 시장에 안착했다.

KOTRA는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부진 원인으로 △최근 중국 소비시장의 프리미엄화 추세에 맞춘 신상품 출시 부족 △시장전략 조정에서 한발 앞선 토종업체들의 효율적인 대처 △다양한 유통채널 활용도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중국 토종 업체들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해 현지화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기업의 중국 현지화 성공사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식업체로 꼽히는 KFC는 적절한 현지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KFC는 중국 현지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 메뉴를 개발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8년부터 출시한 유탸오다. 가늘게 튀긴 빵인 유탸오는 쌀죽과 함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아침식사가 됐다. 여기엔 중국 현지인들을 우대하고 그들에게 핵심 업무를 맡기는 ‘현지화 된 열린 인력 관리 정책’이 주효했다.

그 결과 KFC는 중국에 진출한 지 25년 만에 4천호점을 오픈했고, KFC 중국 법인의 총매출액은 분기당 12억달러에 달한다. 본사가 있는 미국의 분기당 매출이 1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KFC는 최근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의 앤트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이 출시한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얼굴인식 결제시스템’으로 고객은 식사가 끝난 뒤 웃으며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간단히 결제가 끝난다.

2010년 대구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이랜드의 ‘현지화 전략’도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통기업인 이랜드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중국 패션사업 성장세의 둔화 등을 극복하기 위해 ‘유통 합작사’란 전략을 내놨다.

이랜드는 지난해부터 중국 화렌그룹, 오야그룹, 베이구어그룹, 추이시그룹, 팍슨그룹 등 중화권의 굵직한 유통 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협력해 총 7개의 쇼핑몰을 출점했다. 이를 통한 철저한 현지화로 한국 기업이란 이미지가 약해 사드 보복을 피한 것은 물론 지난 광군제(11월11일) 때에는 8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중국 업체와 합작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OTRA 상하이 무역관의 이윤식 과장은 “아직도 중국인들에게 회사 서류를 통째로 넘겨주며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급한 탓인데 이런 경우 사기를 당하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중국인들과 사업할 때는 절대 서두르면 안 된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慢慢的)는 협상 전략이라는 걸 알고 충분히 공부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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