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패션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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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29면   |  수정 2017-11-21
[기고] 대구 패션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노동훈 (대구경북패션사업 협동조합 이사장)

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패션 관련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막상 찾아가 보면 실질적인 구매 영향력이 있는 바이어는 드물고 전시회도 큰 볼거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스를 연 업체도, 소싱에 나선 바이어도 이렇다 할 결실을 얻지 못한다.

반면 매번 행사 주최 측은 “참가 업체는 홍보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고 관람객은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대구 패션 산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명실상부한 섬유패션도시 대구가 ‘소리만 요란하고 볼거리 없는 집안 잔치’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타 도시와 차별화되고, 4차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때다.

첫째, 지원 기관들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대구는 섬유패션기관들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지만 그 역할들이 대부분 중복돼 난립하는 수준이다. 디자이너와 브랜드에 대한 지원 방향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고 기관별로 재정 자립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운영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 확보에만 치중돼 실질적으로 업체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전문 분야를 살려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서 사업을 수행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패션을 선도하는 대구’라는 도시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대구컬렉션’과 ‘전국 대학생 패션쇼’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대구컬렉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패션 행사임에도 한정된 예산 탓에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생 패션쇼도 매년 전국의 많은 대학으로부터 참여 의뢰가 들어오지만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 대구컬렉션 30주년을 맞아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국제적으로 대구의 대표 패션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신진-중견-기성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신진 브랜드 양성사업은 경기, 부산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자리매김했지만, 중견 과정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디자이너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와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중견, 기성 브랜드도 그에 맞는 홍보 강화, 지원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중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많은 대구의 섬유·패션 관련 예산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입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한국패션산업연구원과 섬유봉제센터,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한국패션센터 등 지역 섬유·패션 관련 인프라들이 연계함으로써 브랜드 활성화를 꾀한다면 대구의 패션산업은 다시 한 번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패션의 ‘허브’다. 섬유·패션이 사양 산업이라고 자책하며 뒷짐지고 있을 일이 아니라, 대구시와 연구기관, 업계가 소통하며 길을 찾고자 노력한다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오더, 이업종 간 협력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일을 준비해 나간다면 미래의 새 먹거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노동훈 (대구경북패션사업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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