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죠이 꾸어!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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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2   |  발행일 2017-11-22 제30면   |  수정 2017-11-22
호찌민 사로잡은 엑스포
문화·경제교류 동시성공
오롯이 지방 정부의 작품
지방도 잘할 수 있다 증명
차기 지자체장도 계승을
[동대구로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죠이 꾸어!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죠이 꾸어!(대단해요)”

지난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의 심장부 응우엔후에 거리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2천여 명의 우리나라와 베트남 내빈들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축하공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베트남은 물론 이웃국가이자 2006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함께 치렀던 캄보디아와 러시아 무용수들의 춤솜씨가 사람들을 홀렸다.

마지막으로 한국공연단의 개막 축하공연 ‘함께 피는 꽃’이 무대에 올랐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전 세계 공통언어인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한복과 춤사위, 악기 연주, 노래로 표현해냈다. 30여 분간의 화려한 무대에 참석자와 관람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 필자를 비롯해 경북도 공무원과 경주엑스포 조직위원회 사람들 가슴속에는 뭉클함이 밀려왔다. 단순히 우리 것을 외국에서 보았다는 반가움이 아니라 외국인도 우리 것에 환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수없이 춤사위를 반복했을 무용수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한 스태프들이 고마웠다.

이 정도의 무대는 수많은 인력과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앙정부에서나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상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외에 나가 한 달여 간의 문화엑스포를 개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장소를 섭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외교에서부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북도와 경주시는 캄보디아 앙코르와 터키 이스탄불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베트남 호찌민에서 엑스포를 개최하고 더 많은 나라들로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경주문화엑스포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많은 돈을 들여 굳이 외국에 나가서 행사를 진행하는가에서부터 과연 어느 정도나 우리가 원하는 실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등등.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11년동안 세 번을 치르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난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고 결론이다.

현지에서 지켜본 호찌민 시민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았다. 대한민국의 수준높은 문화와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주행사장인 9·23공원에서 열린 김밥만들기나 김치만들기 등 우리 문화 체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만들어진 김치를 서로 가져가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경북화장품 수출홍보관과 농식품홍보관에는 매일 줄이 길게 늘어섰다. 우리의 과일 맛이나 화장품 품질에는 자연스럽게 엄지가 올라갔다.

12월3일까지 23일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호찌민엑스포가 끝날 시점에서는 경북도와 경주시, 우리 문화와 농특산품이 호찌민 시민들에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두 나라 간 경제교류의 물꼬를 틔우고 관광객 및 교류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개막식 축하를 위해 참석한 멘 삼 안 캄보디아 부총리는 축사를 통해 2006년 개최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이 캄보디아 관광객 증가의 큰 기폭제가 됐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는 한국과 베트남·캄보디아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엑스포의 효과에 대해 증명해 주었다.

내년이면 엑스포는 또 다른 기로에 서게 된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수장이 지방선거에서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선례로 봤을 때 새로운 수장은 전임자의 치적을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 수장이 경주엑스포를 외면한다면 불가피한 축소와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지방의 역량으로 키워낸 경북도만의 한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경주엑스포는 분명하게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키고 더욱 키워야 한다는 것을 다음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이 명심했으면 한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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