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이사 원해…보증금 달라” 집주인 “건물 멀쩡해…못 준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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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07:27  |  수정 2017-11-24 09:11  |  발행일 2017-11-24 제5면
■‘필로티 원룸’ 계약해지 갈등
법률구조공단 관련문의 쏟아져
“주거 불가 피해땐 파기 가능해”
20171124

포항지진으로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세입자와 집주인 간 보증금 반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지진으로 인한 주택 피해 신고는 1만6천387건에 이른다. 피해 등급별로는 전파 252건, 반파 981건, 소파 1만5천154건이며 피해액은 314억7천3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필로티 구조의 원룸 세입자들이 불안감에 못이겨 이사를 원하고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구 한 원룸 세입자 A씨는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지진 흔들림으로 인해 더 이상 이 원룸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사를 원했지만 집주인은 ‘계약 기간이 남았다’며 계약 해지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며 한숨 쉬었다. 반면 원룸 주인들은 갑자기 집을 비우려는 세입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구 원룸 임대인 B씨는 “세입자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피해도 없는데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법의 이치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원룸 세입자들은 A씨와 같은 생각이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지진 피해로 집주인에게 시설 보수·보강을 요구하지만 쉽게 수용되지 않는 문제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예를 들어 지진 트라우마에 갇힌 세입자가 시설 피해가 없는 주택에서 계약 파기를 요구한다면 법적으로 보증금을 돌려 받는 것은 어렵다”면서 “그러나 시설이 파손됐으나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수리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주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본 주택의 경우에는 전·월세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로부터 거주 불가 판정을 받아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집주인, 즉 임대인은 지진 피해 주택 등에 대해 시설 수선 의무가 있다. 주택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라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거주 가능 여부는 시설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한 전문가의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항지진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내달 중순까지 흥해지역에서 주택 보증금 반환 등을 상담하고 있으며, 분쟁 조정 신청도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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