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JSA 연대기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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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4   |  발행일 2017-11-24 제22면   |  수정 2017-11-24
[미디어 핫 토픽] JSA 연대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동서 길이 800m, 남북으로는 400m인 사각형 모양의 JSA(공동경비구역). 유엔사측과 공산측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 1953년 10월 MLD(군사분계선상)에 설정한 지대다. 지역의 이름은 판문점. 6·25전쟁 당시 초가 몇채만 있던 외딴 마을이 휴전회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끔찍한 사건과 가슴 아린 영화로 뇌리에 남아 있을 줄은 그땐 몰랐을 거다.

1976년 한여름인 8월18일 이곳은 도끼만행사건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공동경비구역 내 사천교 인근에서 유엔사 작업반이 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북한군은 작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지만 미군 책임자인 대위는 작업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북한군은 도끼를 휘두르고 폭행을 가해 미군 장교 2명은 두부 손상으로 숨지고 9명은 부상당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이곳을 스크린으로 담았다. ‘여덟 발의 총성! 진실은 그곳에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란 포스터를 내건 이 영화는 “이상하게 두 번은 못보겠더라. 마음 아파서”라는 리뷰가 스토리를 함축하고 있다. 훈련 중 갈대밭에서 지뢰를 밟은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북한군(송강호, 신하균)을 만나면서 우정을 싹틔운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들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형과 동생 사이로 발전한다. 남과 북을 등 뒤로 한 채 마주 보고 근무하는 이들은 “야야야, 구림지(그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우”라며 농담까지 나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2017년 11월13일. 북한군 1명이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으면서 판문점 JSA를 통해 귀순했다.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당시 CCTV 영상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긴박한 장면이 가득했다.

영상은 귀순자가 오후 3시11분 지프 차량을 몰고 북한 구역을 달려 내려오는 장면부터 나온다. 이후 지프가 장애물에 부딪혀 움직이질 못하자 귀순자는 차량에서 내리고 몇 초 뒤 북한군 추격조 4명이 몰려왔다. 추격조는 귀순자를 향해 40여 발의 총격을 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 사격을 한 모습도 담겨 있다. 귀순자가 MLD 남쪽으로 넘어가자 추격조 중 1명은 뒤쫓아가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MLD를 넘어선 후 북쪽으로 되돌아갔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동독 붕괴 전 서독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동독은 결국 지도에서 없어졌다. 핵보다 인권이 먼저다” “북한 독재에 환멸을 느껴 목숨 걸고 사선을 넘어왔다. 하늘이 도왔는지 여러 발의 총상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건졌다. 자유를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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