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설치해 사생활 보호” “공기질 나빠 목 따끔따끔”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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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5   |  발행일 2017-11-25 제2면   |  수정 2017-11-25
■ 흥해실내체육관 르포
文대통령 방문 긍정적 반응
“텐트 설치해 사생활 보호” “공기질 나빠 목 따끔따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이재민 텐트 내부 모습. 바닥이 없는 형태로, 어른 2명이 짐과 함께 자기에는 비좁아서 이재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백 명의 사람이 한 곳에서 지내다 보니 시끄러워서 밤에 잠을 못 자겠습니다. 언제 지진이 다시 올지 몰라 걱정이 태산인데, 잠까지 못 자니까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습니다.” 지진으로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인 지체장애 2급 장태암씨(48·포항시 북구 흥해읍)는 “포항시가 환경 개선을 했다곤 하지만 텐트를 설치한 것 외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공기질이 너무 나빠서 목이 항상 따끔따끔하고 말라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10일째인 24일 오전 11시40분쯤 찾아간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 발생 직후와는 달리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이었다. 400여명의 이재민은 체육관 내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육관 안 바닥에는 보온매트가 깔려 있었고, 221동의 텐트는 1층(180동)과 2층(41동)으로 나뉘어 설치돼 있었다. 체육관 출입도 출입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았다. 설치된 텐트가 2인용이어서 비좁고, 체육관 내 공기질도 나쁘다는 것. 이모씨(여·38)는 “마치 형무소에서 자는 것 같다”면서 “텐트가 너무 비좁아서 딱 2명밖엔 못 잔다. 짐도 있는데 조금 더 넓은 텐트를 설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불평했다.

반면 시설 개선으로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반응도 많았다. 임선자씨(48)는 “텐트를 치니까 개인 사생활이 보호돼 저번보다 생활하기는 훨씬 낫다. 텐트를 설치하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과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야 해 많이 불편했다”면서 “출입통제도 하고 있어서 이재민들이 심리적으로 조금은 안정된 듯하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 첫날부터 줄곧 대피소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최명선씨(여·78)는 “사람이 많아 소란스럽고, 답답하긴 하지만 텐트조차 없었던 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흥해공고와 남산초등 대피소에도 있어봤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쯤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과 악수한 윤슬아양(8·흥해초등 2학년)은 “먼저 손잡아 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글·사진= 포항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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