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깨진 유리창 와르르…“예쁜 얼굴 잃은 나경이를 도와주세요”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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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5   |  발행일 2017-11-25 제2면   |  수정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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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으로 유리 파편이 얼굴에 박히는 심각한 상처를 입은 김나경양. <독자 제공>


유리 박힌 얼굴 성형치료 필요
기초수급자 어려운 환경 탓
수술비 마련은 엄두도 못 내
현행 규정상 정부지원 어려워
따뜻한 도움의 손길 ‘절실’

포항지진 당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한 아이가 계속되는 치료와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평생을 흉측한 얼굴로 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미소를 잃었다.

우리 나이로 다섯 살인 김나경양은 포항 남구 해도동 한 주택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은 그것마저 사치로 만들었다.

지진 발생 당시 깜짝 놀란 나경이와 외할머니는 집 밖으로 긴급 피신했다. 여진이 잦아들 즈음 손녀와 외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 평소와 같이 지냈다. 하지만 지진에 따른 집안 내 각종 안전문제를 챙기지는 못했다.

지진이 일어난 지 나흘째 되던 19일. 나경이의 집안에는 ‘날카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집안 창문 밑에서 놀던 나경이를 향해 유리창이 와르르 무너진 것. 지진으로 금이 갔던 창문 유리가 완전히 깨지면서 나경이를 덮쳤다. 이마, 턱, 귀밑 등 얼굴 곳곳에 유리 파편이 떨어져 깊숙이 박혔다. 가까운 병원 두 곳에 긴급 이송됐지만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앰뷸런스는 곧바로 대구 한 대형병원으로 방향을 잡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다행히 치명적 상처는 없었다. 응급 치료도 잘 됐다.

급한 불은 그렇게 껐지만 병원 측은 입원치료와 함께 2차 성형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나경이는 그럴 수 없다. 그리 많지 않은 치료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외할머니의 한 달 수급비와 그동안 조금씩 모은 수급비로 치료비를 냈지만 더 이상 큰 병원에 머무를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엄마라도 곁에 있으면 힘이 될 텐데 연락이 끊긴 지 오래. 마땅한 수입이 없는 외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지진 피해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현행 규정상 나경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힘들다. 이웃 주민들은 “매우 귀엽고 똑똑한 아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도 늘 행복해했다”면서 “외할머니가 마땅한 수입이 없어 계속되는 성형치료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나경이의 딱한 사정을 접한 포항시는 생계비 3개월분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예쁜 얼굴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어린 마음’은 달래주지 못하고 있다. 나경이네 형편으로는 지금 받고 있는 간단한 치료조차 버겁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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