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등급별 점수차 커…경계선 학생 당락에 결정적 변수”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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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5 07:15  |  수정 2017-11-26 00:13  |  발행일 2017-11-25 제4면
영어 절대평가 첫 시행 문제점
등급경계 “대학별 점수 환산 달라
지원가능 대학 오히려 하향 우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처음으로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실시됐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치러진 첫 수능에서 영어절대평가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부각됐다. 수험생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까스로 90점을 넘겨 1등급을 받은 수험생들이 소폭 늘었지만, 등급 경계선에 위치한 일부 학생은 대학의 등급별 점수 환산방식에 따라 지원 가능 대학이 하향될 수 있어 울상을 짓고 있다. 영어절대 평가에 따른 입시 변수와 필요한 제도개선 문제를 짚어봤다.

등급경계 “대학별 점수 환산 달라
지원가능 대학 오히려 하향 우려”

일부 “1등급 비율 작년과 비슷
학습비 부담 경감 취지 못 살려”
“9등급제 3∼5등급으로 완화해야”


◆영어 1등급 비율, 예년과 큰 차이 없어

24일 주요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영어영역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을 학생 비율은 상대평가였던 지난해 수능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7.8%)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평가였던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4.42%였다.

◆최상위권 사교육비 부담 경감 도움

영어 절대평가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다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평가에서는 상위 4% 내외 수험생들이 100점을 맞기 위해 과외와 학원 등 사교육비 부담이 적잖았다.

올해 수험생은 원점수 기준(100점 만점)으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이 과목에서 90점대 성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험생들은 영어 학습에 대한 부담도 일부 경감됐다.

대구 A고교 수험생은 “상대평가 때는 주요 과목 중 영어만 2등급을 받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이번 수능에서 가까스로 90점을 넘겨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등급경계선 수험생 심각한 피해 우려

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당시 우려됐던 문제점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어영역에서 받은 등급이 정시 전형에서 점수로 환산되는데, 일부 대학의 경우 등급별 격차가 매우 크다. 가령, 이화여대의 경우 지난해 90점을 받은 수험생과 89점을 받은 수험생은 영어점수 차가 1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무려 10점으로 매우 크게 벌어진다.

절대평가를 했지만 1등급 비율이 별로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재완 입시전문가(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는 “올해 예상된 1등급 비율이 7% 안팎인데, 이는 상대평가인 지난해 수능 때 비율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난이도 역시 예년보다 쉬워지지 않았다”면서 “학습부담 경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못 살린 채 오히려 등급 경계선에 위치한 수험생들의 대학 당락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서울 주요 대학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불안감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수시 경쟁이 심해지고, 정시에선 변별력이 낮은 영어 이외 과목에서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고교 교사들은 “교육부가 수능의 평가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기피하는 상황, 출제위원들이 고교 영어 교사들인 만큼 기존 출제 난이도를 쉽게 하향시키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영어 절대평가는 앞으로도 형식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취지 살리려면 등급제 완화해야

영어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9등급제를 3~5등급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등급을 완화해야 학생들의 학습 부담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다는 것. 9등급제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을 점수로 서열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어서 절대평가와 원천적으로 맞지 않다.

전과목을 절대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대학별 고사를 다양화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현 정부의 고교 교육 정상화와 궤를 같이하는 지적이다.

한편 교육부는 학생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영어 상대평가 체제에선 학생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무한 경쟁을 하고,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서는 과잉 학습과 사교육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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