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트 레지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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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7 07:55  |  수정 2017-11-27 07:55  |  발행일 2017-11-27 제24면
[문화산책] 아트 레지던시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며칠 전 중구 수창동에 위치한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입주 작가 오픈 스튜디오를 둘러봤다. 대구예술발전소는 과거 대구연초제조창을 창작 스튜디오로 개조해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창작 스튜디오(아트 레지던시)는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지원하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작가들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4천500여 개 단체가 운영되고 있고, 국내에도 40여 개의 창작 스튜디오가 국공립 또는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때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팔각정 창작 스튜디오’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를 건립하면서 국공립 레지던시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 1998년 패션업체 쌈지에서 미술작가 입주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아트 레지던시 붐을 일으켰다. 쌈지의 프로그램은 10여 년 동안 국내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선도하면서 많은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고양창작스튜디오’와 ‘창동창작스튜디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이 등장했다. 지금은 우려스러울 정도로 많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초기 레지던시의 취지와는 달리 지금은 창작스튜디오의 수준을 평가받으면서 등급이 나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2000년 초기에 필자와 여러 작가가 창작스튜디오의 필요성을 지방정부에 여러 차례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트 레지던시의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매번 거절당하고, 결국 작가들이 가창의 폐교를 임대해서 시작한 것이 대구 최초의 레지던시 ‘가창 창작스튜디오’다. 필자도 1기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 열악한 시설과 운영 시스템 때문에 겨울이면 동파로 화장실 사용도 힘들었으며, 한여름 쏟아지는 땡볕에 작가들이 운동장에 나가 땀에 흠뻑 젖으며 무성한 잡초를 뽑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트 레지던시가 지역 문화 예술의 중심지구로 인식되면서 지자체가 아낌없이 레지던시의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창 창작스튜디오에 이어 대구예술발전소가 개관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대구예술발전소 옆 KT&G 옛 사택을 개조해 또 다른 창작 스튜디오가 대구에서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올 초부터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개관 준비를 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에서 3번째로 문을 여는 창작 스튜디오가 경쟁력을 지니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스튜디오와의 차별화가 절실하다. 대구 지역에서 비슷한 모양의 공간에 같은 기관이 관리하는 3곳의 창작 스튜디오가 하나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창작중심 스튜디오, 지역 문화지구의 중심 스튜디오, 해외교류 중심의 특화된 창작 스튜디오로 제각기 정체성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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