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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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7   |  발행일 2017-11-27 제30면   |  수정 2017-11-27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은
도시브랜드 파워의 기폭제
음악이란 특정분야를 넘어
‘대구=창의적’ 이미지 굳혀
사회발전의 동력 만들어야
[아침을 열며]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주는 의미

여기 대구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있다. 대구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대통령을 4명 배출한 도시? 그러나 그런 도시라 하기에는 다른 도시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우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않다. 섬유패션의 도시? 글쎄 섬유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패션은 점점 위축되고 있지 않은가. 그럼 한국 근대문화의 선구자들이 많은 도시? 사실이긴 하지만, 그게 외국이나 외국 사람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그렇게 보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저 한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인구 250만명의 광역시라는 사실에 근거한 설명이 최선이다.

최근 대구시는 문화정책에 있어 두 개의 중요한 실적을 거두었다. 모두 유네스코와 관련된 것인데, 하나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된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유네스코’라는 브랜드와 ‘창의(creative)’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제 대구를 설명하는 데 국제적인 브랜드인 유네스코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대구라는 도시가 창의적인 도시라는 것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번 대구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은 바로 대구라는 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흔히 대구를 보수적인 도시라고 말한다. 그 보수적이라는 말은 정치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다양한 방향에서 대구를 규정하는 용어가 되기도 한다. 사실 문화예술에서 대구만큼 현대적 조류를 일찍 받아들인 도시가 흔하지 않다. 서양 음악과 문학, 그리고 미술도 그렇다. 특히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선구자 역할도 하였다. 1980년대 소극장 운동이 그렇고, 시인들의 활동도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하면 모든 분야가 보수적이라는 선입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런 결과로 한때 대구가 섬유패션의 도시를 지향할 때, 패션이야말로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이미지의 대표적인 산업이었기에, 대구에 대한 타 지역의 선입감을 극복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보수적이란 말은 정치와 사회 측면에서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지만, 제4혁명시대에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대구가 미래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도시 이미지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도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도시, 청년과 여성이 중심이 되는 도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것이 창의적인 도시 이미지다. 창의적이라 함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며, 또 없는 것도 과감하게 만들어내거나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감한 도전과 시도가 용납되고 권장되는 도시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대구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지금 대구는 과거의 전통적인 산업도시에서 미래형 친환경 첨단산업도시로 변신을 도모하는 시기다. 다시 말해 대구가 추구하는 미래형 자동차, 물, 의료, 로봇, IoT 등과 같은 최첨단 산업은 기술력 외에 창의적인 상상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음악이라는 특정 분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창의적 상상력으로 사회 발전을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또 ‘대구는 창의적이다’라는 이미지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지점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대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된 진정한 의미를 달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 대구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대구에 대해 물을 때, 유네스코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구는 창의적인 도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최현묵 대구문화 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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