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116 對 11

  • 임성수
  • |
  • 입력 2017-11-29   |  발행일 2017-11-29 제30면   |  수정 2017-11-29
한국·바른당 의석차 크지만
홍준표·유승민 존재감 비슷
대선후보 모두 당대표 컴백
‘3당합당’‘DJP연합’재현
2022년 대선서도 가능할까
[동대구로에서] 116 對 11

최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중도를 넘어 보수 진영까지 하나로 묶으려는 모습까지 엿보인다. 특히 두 대표의 행보에서는 지금까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강한 자신감까지 묻어난다.

28일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이자 지역구인 대구를 찾은 유 대표는 지난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기가 보였다 할까. 바른정당 창당 당시 33명이던 의원 중 22명이나 탈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었음에도 여유마저 느껴졌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할 때마다 유 대표의 주가는 오히려 오르기 때문일까. 유 대표는 지난 5월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상황에서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면서 1차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서 7%에 가까운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앞섰다. 이달 초에는 남아있던 바른정당 의원 20명 중 9명마저 탈당, 한국당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유 대표의 존재감은 새삼 부각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바른정당이 아닌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현재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 대표가 26.2%를 얻어 안 대표(14.5%)는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18.2%)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 정책연대의 무게 중심이 안 대표보다 유 대표에게 넘어가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심화되면서 안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반면, 바른정당은 11명의 소수부대지만 ‘보수 재창건’이란 기치 아래 한목소리를 내면서 유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당에서조차 ‘보수 대통합’이 거론되면서 유 대표의 존재감은 지난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통합의 가능성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보수 대통합의 의미에서는 그렇게 갈 수도 있다. 또 그렇게 가야만 할지도 모른다”라고 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유 대표는 현재의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유 대표도 한국당과의 통합 전제조건으로 ‘환골탈태’란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6개월 만에 낙선한 3당 대선 후보가 모두 당 대표로 컴백했다. 유 대표는 세 후보 중 가장 늦게 당 대표가 됐지만,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한 달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켜가며 바른정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1990년 1월의 ‘3당 통합’을 떠올리기도 한다. 진보진영으로부터 ‘3당 야합’이란 비난까지 샀지만 결과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2년 뒤 대선에서 당선됐다. 상대 후보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DJ)이었다. DJ 역시 대선 패배에 이어 1996년 4·11 총선마저 참패하자, 김종필 총재(JP)의 자민련과 ‘DJP연합’을 통해 다음 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YS와 DJ를 빼놓고 한국 정치사를 말할 수 없다고 할 정도지만, 이들 모두 독자 세력으로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

대선이 아직 4년이나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벌써 2022년으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권 재창출이냐 교체냐가 결정되겠지만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의 머리는 벌써부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TK(대구·경북)를 사수해야 하는 홍준표, TK를 버릴 수 없는 유승민, TK를 끌어안아야 하는 안철수, 중도보수 진영 후보를 통해 대통령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의 수 싸움은 언제쯤 판가름 날까. 또 116석(한국당), 40석(국민의당), 11석(바른정당)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임성수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