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시간 적게 들고 수익 안정…김천 귀농귀촌 ‘희망의 포도’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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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1 07:36  |  수정 2017-12-01 09:07  |  발행일 2017-12-01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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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을 뒤덮은 포도시설재배단지 전경. 그동안 내수 경쟁력을 높여온 ‘김천포도’는 앞으로 김천포도 수출지원단에 의해 본격적인 수출 농산물로 육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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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김천시 농업기술센터의 영농교육은 개인 지도식으로 진행되는 등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곧 ‘돈이 되는 농사’를 한다는 뜻으로 읽힐 날도 머잖았다. 김천시가 4일 출범시키는 ‘김천포도 수출지원단’은 지금까지의 내수용 생산체계를 수출용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지원단은 최적의 생산 비법과 합리적인 가격에 수출할 수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포도가 생산되고, 수출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원단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지원단은 소규모 포도 생산농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기에는 포도산업을 귀농귀촌사업에 접목하려는 시의 의도가 담겨 있다. 시는 나이와 성별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포도농사의 특성을 활용해 귀농귀촌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4일 김천포도 수출지원단 출범
생산에서 수출 모든 과정 관리
‘시장성 확보’된 품종 개량 등
전문가, 농가에 비법 등 전수

포도농사 나이·성별 관계없어
은퇴한 50∼60대도 할 수 있어
市,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활용

기존 포도밭 빌려 기술 습득
투자 억제하며 적응기 가져야


◆은퇴자에게 적합한 포도 농사

청년기부터 공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이모씨(62)는 2천여㎡(600여평)에다 포도나무를 심고 농사에 필요한 도구를 장만했다. 이씨가 선택한 품종은 내수용인 캠벨얼리와 거봉이다. 이 품종들은 출하 시기를 잘못 잡으면 홍수출하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씨는 연평균 2천4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400여만원을 경비로 제하고 나면 2천여만원이 남는다. 그는 이를 농한기 해외여행 경비로 쓰는 등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이씨가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한 동기는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에는 과도한 노동력과 시간이 요구되지 않는 포도농사가 제격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김천지역 포도농가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이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를 감안해도 적절한 규모의 포도농사라면 50~60대 연령층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작목임을 방증하고 있다.

임병엽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포도농사는 대형 농기구가 필요치 않으며, 허리를 굽히고 하는 작업이 많지 않아 60대에도 가능한 작목”이라며 “실제 포도농사를 염두에 둔 50대 후반의 귀농자가 많다”고 소개했다. 임 지도사는 “부부가 함께 농사짓는 걸 기준으로 4천950㎡(1천500평) 정도가 적정한 면적이다. 하지만 최대 6천600㎡(2천평)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청포도 샤인머스캣의 경우 과수원 660㎡(200평)를 기준으로 약 1천700㎏을 생산해 850만원(㎏당 평균 5천원 기준)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개량 비가림 시설을 한 노지 재배와 9월 말까지 수확 완료라는 기준이 적용됐다.

◆포도로 귀농할 때 필요한 조건

그러나 포도농사에는 재배술을 익히는 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고, 농토와 집을 마련하는 데 따른 자본도 필요하다. 임 지도사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재배술을 익히는 데는 보통 3~4년이 걸린다. 그러니 느긋이 시간을 투자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농지의 경우 포도농사에 적합한 땅을 구입하려면 3.3㎡당 12만~15만원 정도는 든다고 봐야 한다. 초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농지의 경우 임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 포도밭의 경우 시설이 낡았거나 품종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니 농지를 구입하기보다는 기존의 포도밭을 빌려 재배술을 익히는 등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는 가운데 적응기를 보내는 게 바람직한 귀농 전략”이라고 말했다. 임 지도사는 “주택의 경우 시내나 시골에 비어 있는 주택을 활용할 수 있다. 시골은 비교적 빈집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시에서 귀농인을 위해 집 수리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령층에 속하는 70대가 전체 포도농가의 25%에 이르는 사실도 참고할 자료다. 70대 연령층의 농가에서는 상대적인 노동력 저하, 유통 감각 부재 등에 따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김천시농업기술센터의 분석이다. 임 지도사는 “수확 전 포도를 밭뙈기 단위로 매도(포전매매)하는 일이 잦고, 이를 매입한 상인이 목전의 이익을 좇아 설익은 포도를 출하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김천포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김천포도의 이미지 실추와 전체 포도농가의 보이지 않는 손실로 연결된다”고 진단했다.

임 지도사는 알이 굵고 당도가 높으며 씨가 없는 ‘시장성이 확보된’ 포도로 과감히 품종을 바꿔야 함에도 고령의 농가에서는 기존 품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 외 제공하는 농사 기술이나 각종 정보에 대한 활용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시는 △시설개선 및 자동화 기자재 지원을 통한 노동력 절감 유도 △씨가 없어 별도의 지베렐린(Gibberellin·생장촉진 식물 호르몬으로 주로 씨 없는 포도 생산에 활용) 처리가 필요 없는 ‘시들리스’ 품종군 도입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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