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하루하루 꾹꾹 담아…1년을 선물하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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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1   |  발행일 2017-12-01 제33면   |  수정 2017-12-01
■ 달력·연하장 만드는 사람들
20171201
차정보씨가 직접 만든 연하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취재를 가서 아주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다. 약간 때이른 연하장이다. “늘 활기와 건강으로 가득한 새해가 되십시오”라는 문구와 산 위로 떠오르는 해가 있는 그림이 그려진 연하장이다. 가로 세로 40㎝X40㎝의 크기라서 액자만 하면 멋진 문인화라 불러도 좋을 듯했다. 그동안 많은 연하장을 받았지만 이런 연하장은 처음이다. “취재 왔으니 기념으로 연하장이라도 하나 드려야지요”하며 즉석에서 차정보씨가 만들어준 연하장은 그 정성에, 아름다운 수묵화의 향기에 고이 간직하고픈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한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좋은 글귀를 적은 연하장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연하장은 새해를 축하하고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는 정성어린, 작지만 커다란 선물이다. 그는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지인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에 정성을 담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했다. 어설프고 그리 볼품은 없지만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보내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목공예가로 문화재 보수사업체 대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가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고 있는 것은 작지만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 사람들에게 그 무엇보다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연하장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바쁜 세상에 연하장을 사서 일일이 덕담을 적고 주소까지 챙겨서 우편으로 부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편으로 주고받는 연하장을 보기가 힘들어진 대신 인터넷·SNS 등을 통해 손쉽게 연하장을 부치는 사람은 꽤나 많은 듯하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손쉽게 보내는 연하장은 직접 덕담을 쓰고 그림까지 곁들여 보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연말연시에는 지나온 한 해의 고마움을 표시하고 더 나은 다음 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연하장을 비롯해 작은 선물 등으로 정성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만 주면 멋진 연하장도 선물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크고 멋진 것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어설프지만, 또 작고 별로 볼품이 없는 것 같지만 정성이 가득한 연하장·선물 등이 더 큰 감동을 준다. 연하장이나 선물은 모두 상대에 대한 나의 고마운 마음의 표현이다. 이런 점에서 직접 만든 것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이다. ☞ W2면에 계속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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