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八公山, 해발 1천192m, 군위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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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1   |  발행일 2017-12-01 제38면   |  수정 2017-12-01
걸음마다 원효의 깨달음에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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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에서 본 청운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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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아래에 자리 잡은 오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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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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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삼존석굴

팔공산 북부지역 군위군에서 2015년 ‘하늘정원’ 탐방로 개설에 이어 ‘원효 구도의 길’을 새로 만들어 개방했다. 팔공산 북쪽 군위군 부계면에 속한 오도암에서 득도했다는 원효대사의 흔적을 찾아 탐방로를 낸 것이다. 예전에 오도암으로 오르려면 동산계곡 상류 오은사 가기 전 계곡 옆 농장을 지나 희미한 오솔길을 찾아 올라야 했으나, 지금은 산허리를 따라 오르는 길을 새로 내 오르기도 편해졌다. 원효 구도의 길을 다 오르면 먼저 낸 하늘정원 길과 만나게 되는 연결 코스라고 보면 소개가 쉽겠다.

어린 시절 군위군 산성면에서 나고 자라 매일 눈을 뜨면 팔공산을 빤히 올려다보면서 살았고, 특히나 둥그스름하게 절벽을 이룬 청운대 바위를 매일 바라봤다. 탐방로 개설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하던 차에 이웃 마을인 부계면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이 길을 동행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동네 뒷산을 오른 셈이겠다.

오도암서 득도한 원효대사 흔적 찾아
부계서 자란 친구들과 동네 뒷산 오르듯
구도의 길 다 오르니 하늘정원 길 활짝

청운대 절벽 아래 아담한 절집 오도암
한때 김유신도 이곳 머물렀다는 전설
절벽 오른쪽 하늘 향하는 천국의 계단
100여 개 이어 741계단의 시자굴 눈길


대부분 정상부 군부대 입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면서 생기는 주차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따로 주차장을 만들어 두었는데 소개하는 코스를 택하면 상당부분 해결되리라 본다.

동산계곡을 따라 오르다 오은사를 지나면서 오은사가 바로 오른쪽에 위치하는 지점 왼쪽에 작은 푯말을 세워둔 ‘제2주차장’이 있다. 이곳을 지나 한 굽이를 더 돌면 왼쪽에 화장실과 편의시설을 갖춘 주차장이 있다. 이 두 곳에 주차하면 더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늦가을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산객들이 많음에도 이곳 주차장은 아직 한산하다. 늦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아침 공기는 제법 차갑다. 벌써 수차례 서리가 내렸고, 고도가 높은 지역은 얼음까지 얼었다. 주차장 건너편에 ‘원효 구도의 길, 오도암 1.5㎞, 하늘정원 2.3㎞’로 적은 푯말을 따라 들어서면 아치형 조형물을 지나게 된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산허리를 따라 길이 나있다.

고즈넉한 산길에 태초의 햇살을 받으며 걷는 느낌이 싱그럽다. 화려하게 물들였던 만화경이 아니더라도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20여 년 전.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아니었지만 오도암으로 오르는 길이 너무나 깨끗했다. 기억에 계곡 가까이에 그네도 하나 매어져 있었고, 돌로 쌓은 의자도 있었다. 지금 새로 낸 길 위에는 그네는 없지만 아치형 다리가 생겼고, 돌 의자를 대신해 나무로 만든 근사한 벤치가 있다. 산길을 접어든 지 20분쯤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고, 몸에 열이 올라 한번 쉬어갈 위치에 벤치가 놓여있다. 벤치 주변에 법문을 적은 글귀가 붙어있고, 그 아래로 가을걷이에 나선 다람쥐가 분주히 움직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팔라지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작은 지능선이 만나는 지점. 옛길과 새로 낸 길이 합쳐지는 지점쯤에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팔각정은 청운정으로 이름을 붙였다. 팔각정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당귀 같은 약초와 채소를 심은 텃밭이 나오고 이어 오도암 사립문을 만날 수 있다. 청운대 절벽 아래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절집이다.

오도암은 은해사 말사였다가 1960년대 초에 독가촌 폐지에 따라 폐사되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 옛 터에 움막을 치고 자리를 잡아 최근 문화재 복원사업을 통해 새로 지어진 암자이다. 원효대사가 머물면서 득도 했다고 해서 오도(悟道)암인데 한때 김유신 장군도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오도암 오른쪽으로 나가든지, 들어갔던 입구로 나와 계단을 따르든지 만나게 되는데 여기부터가 난코스다. 처음 시작은 완만한 계단 몇 개를 올라 돌아 나가면 오솔길이 이어지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청운대 절벽 오른쪽으로 하늘로 향하는 천국의 계단처럼 올려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놓여있다. 처음 만나게 되는 계단의 층계는 겨우 100여 개에 불과한데, 두 번째 만나는 계단은 무려 741계단이다. 누군가 50계단마다 숫자를 적어두었는데 필자같이 의심 많은 사람들이 헤아려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이겠다. 한 번에 오르기 힘들기에 중간쯤에 쉬어갈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마지막 200계단쯤 남겨두고 오른쪽에 ‘시자굴’로 적은 표지판이 있다. 자연동굴로 보이는 작은 굴인데 깊이는 고작 1.5m에 불과하다. 맞은편 절벽중간에 원효굴이 있으니 원효스님을 보필하는 시자의 공간으로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계단을 다 오를 쯤 왼쪽 절벽 아래에 로프가 하나 걸려있다. 그 로프를 타고 올라 넘어서면 원효대사가 수도 했다는 자연동굴인 원효굴이 있는데 절벽 아래다보니 위험해 따로 탐방로를 내놓지는 않았다. 최근 70년대에 청운대 바위에서 코스를 내고 클라이밍을 했던 흔적을 찾아 새로 길을 개척했다. 간혹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 외에 접근은 위험하다.

계단이 끝나고 왼쪽으로 틀면 청운대 절벽 위에 서게 되고 팔공산 주봉인 비로봉, 서봉, 파계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전망 터를 만난다. 계단에서 정면으로 나가면 하늘정원과 연결되는 계단이다. 하늘정원까지는 7분 정도 오르면 되고, 하늘정원에서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1.05㎞로 25분 정도 소요된다. 하늘정원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 군부대 입구까지 내려온 다음은 계속 내리막인 포장도로를 따라 오도암 입구 주차장까지 걸으면 된다. 주차장까지는 약 3㎞인데 쉬엄쉬엄 걸어도 30~40분이면 충분하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오도암 주차장-(30분)-청운정-(10분)-오도암-(40분)-청운대 갈림길-(20분)-하늘정원 주차장-(40분)-오도암 주차장

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오도암을 중심으로 탐방로를 개설한 코스다. 팔공산 북부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꼽으라면 단연 청운대 둘레의 코스겠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이 쉽고, 여러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가족단위 산행에 좋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약 5㎞로 3시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① 대구∼포항간고속도로를 따라 청통와촌IC를 나와 우회전으로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녕면소재지, 백학삼거리를 지나 부계면소재지까지 간다. 부계면소재지에서 좌회전으로 ‘군위삼존석굴, 한티재’ 이정표를 따라 약 6㎞를 가면 동산1리, 동산계곡 이정표가 있는 작은 네거리를 만난다. 좌회전으로 약 4㎞를 가면 오도암 주차장이 나온다.

② 중앙고속도로 가산IC, 군위IC에서 내려 5번 국도를 따라 효령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919번 지방도로로 부계면소재지에서 우회전해 군위삼존석굴, 한티재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상주∼영천간 고속도로 동군위IC, 팔공산터널을 이용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 내비게이션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산 73-4(제1주차장),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23-5(제2주차장)

☞ 볼거리 군위삼존석굴(국보 109호)은 깎아지른 듯 절벽의 자연동굴에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음보살 삼존불이 온화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고구려의 승려로 신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삼존석굴은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보다 발견이 늦어진 탓에 제2석굴암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경주 석굴암보다 무려 1세기가 앞선 석굴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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