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커피 이야기 - 노경도 애플여행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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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1   |  발행일 2017-12-01 제41면   |  수정 2017-12-01
“커피도시 대구의 ‘첫 커피투어 전문가’ 되려고요”

중국 전자상거래산업의 창시자 격인 글로벌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그는 “이제 기술은 거의 구비돼 있으니 지금부터는 이종교배식 스토리텔링마케팅이 부의 원천”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은 빵집에서 빵만 팔면 죽는다. 그래서 커피도 판다. 커피집에서도 커피만 팔아선 안 된다. 공연도 팔고 패션도 팔고 그림도 팔아야 된다. 한 가지 아이템을 심화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에서 Z까지를 하나의 마케팅라인으로 핸들링할 줄 알아야 된다.

어느 정도 커피 인프라가 깔리면 관련 업체를 한데 불러 모으는 박람회·페스티벌·축제가 어김없이 열린다. 아울러 커피숍별로 축제마케팅도 연출된다. 한 단계 더 진화해 국가별 커피문화를 하나로 묶으려는 커피여행, 커피투어 등도 가세한다. 이 단계가 되면 한 지역의 커피문화도 인문학적으로 성숙한다. 이때 ‘커피인문학’ 고수가 출현한다. 개미군단 커피도 공룡급 글로벌 커피에 개의치 않고 자기 길을 간다. A부터 Z까지 커피 관련 제요소가 문화·예술적으로 엮인다. 비로소 ‘커피르네상스’가 탄생한다.


1930년대 중반 옛 아카데미극장 근처
이인성의 ‘아루스’서 시작된 대구 커피
7일 제1회 수성못 커피&베이커리축제
나흘간 커피 르네상스 만끽하는 자리
행사중 진행되는 ‘대구 커피투어’ 눈길

‘여행’이 꿈이던 대구 토박이 노경도씨
전공 살려 관광업계서 기본기 다진 후
여행사 차려 ‘커피투어’ 블루오션 전략
부산 ‘참월드’·日 커피투어 벤치마킹



그럼 대구는? 대구는 분명 커피도시. 그러니 이제부터 흩어진 소스를 하나로 묶어야 된다. 화가 이인성이 대구에서 머물 때인 1930년대 중반 어느 날 옛 아카데미 극장 근처에서 ‘아루스’란 커피숍을 오픈했다. 기자는 그때 지인한테 보낸 초대장을 본 적이 있다. 이상 시인이 서울 종로에서 제비다방을 오픈하는 것과 비슷한 울림을 준다.

대구커피인문학을 만드는 몇개의 연결고리가 있다. 이인성의 커피, 그리고 6·25전쟁 때는 ‘전쟁커피’, 1960~70년대는 ‘사랑방문화 커피’, 80년대는 ‘음악다방 DJ커피’, 90년대부터는 ‘원두커피’, 그리고 지금은 제과점을 끌어안은 ‘베이커리커피’로 진화했다.

제7회 대구커피&카페박람회(12월7~10일, 엑스코)와 연계된 영남일보 주최 제1회 대구커피&베이커리 축제(12월7~10일 수성못 일원)도 특별행사로 ‘대구커피인문학투어버스’를 운행했으면 좋겠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봐야 될 대구커피문화 메이커가 있다. 애플여행 노경도 대표(40). 그가 이번 행사와 관련해 ‘대구커피투어’를 진행할 작정이다. 지난 일요일 방천시장 내 대표적 핸드드립 커피숍인 ‘로스터리’, 거기서 그만의 커피여행 스토리를 들어봤다.

◆커피투어 만드는 여행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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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여행 노경도 대표는 2년 전부터 ‘커피투어메이커’로 변신했다.

대구 토박이인 그의 학창시절 꿈은 ‘여행’. 부모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40여년 중식당 외길인생이었다. 모 여객사 상무였던 할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때 뻔질나게 공짜 버스를 탔다. 교실보다 버스가 더 편했다.

고교 때는 전국을 무전여행식으로 훑고 다녔다. 기질 따라 수성대 호텔항공관광과에 들어갔다. 2003년 신일관광에 들어간다.

“여행사 취직하면 여행 실컷 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여행사 업무란 몰여행적이죠. 여행마인드로 일하면 당장 쪽박 찹니다.”

첫 업무는 여권발급과 비자업무. 대구시청 여권과에서 살다시피 했다. 조금 있다가 국내여행 계약 파트, 다음은 해외신혼여행 업무였다. 이때부터 시내 예식장, 웨딩숍 등 담당자를 숱하게 만났다. 툭하면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 연고도 없었다. 좀처럼 열리지 않던 울음보가 자주 터졌다.

이제 해외여행 가이드 업무. 3박5일 태국으로 출장 갔다. 부장 옆에서 잔무를 처리했다.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현지 쇼핑, 팁, 노선조정, 여행자 간의 불화, 긴급 환자 처리 문제…. 남다른 대처능력이 절실히 요구됐다. 놀러 가서 본 태국과 업무로 간 태국은 확연히 달랐다.

3년 정도 있다가 프리랜서 여행사업자가 된다. 그런 기본기를 토대로 2010년 황금동에서 여행사를 차린다.

“소형 여행사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건 항공권 티케팅입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준 부산의 한 여행사와 인연을 맺는다. 바로 10년 전부터 커피투어의 신지평을 연 ‘참월드’. 참월드는 ‘DRIP & TRIP’이란 카피에 대한 특허권도 갖고 있다.

“저는 커피가 아니라 대구 첫 커피투어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여행사도 너무 난립됐고 그들이 파생시킨 관광상품도 너무 식상했는데 커피투어란 상품은 블루오션이라서 그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겁니다.”

커피투어에 대한 흐름을 따라가던 중 그는 대구가 만만찮은 커피도시란 사실을 알게 됐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커피투어란 촉매를 만나자 갑자기 생기발랄해졌습니다. 커피투어란 하나의 문화를 여행에 결부시키면 뭔가 재밌고 즐겁고 대구시민한테 유익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죠.”

◆일본커피투어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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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열린 일본 후쿠오카 커피페스티벌 내부 광경. <애플여행 제공>

일단 일본 커피투어부터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걸 토대로 2년전 오사카 UCC 커피아카데미 연수프로그램과 연계한 일본커피투어 프로그램을 조심스럽게 운용해봤다.

“평소 대구에서 보던 밋밋한 커피 인프라가 아니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골목에 숨어 있는 대를 잇는 시니세(老鋪) 커피쟁이가 일본의 커피문화를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 옆에 있는 변두리 히로커피점에 갔을 때입니다. 비행기 굉음에도 불구하고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화하는 그들의 커피사랑에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장소가 문제가 아니란 사실도 알았어요. 정말 뭔가 있으면 손님은 알아서 찾아오는 것 같아요. 한적한 주택가도 자기 하기 나름이죠.”

그는 오사카에 있는 도쿠야스지란 오사카 커피용품거리에서도 크게 한방 맞았다. 대구는 커피쟁이도 있고 물건도 있고 공간도 있지만 고품격 커피문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게 그를 대구커피투어에 매진토록 만든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후쿠오카 커피페스티벌을 참관했다. 이때 참월드 부스 안에 대구·목포·부산 커피 코너가 마련됐다. 이 세 코너가 지금 영·호남과 대구·부산 커피문화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대구관광뷰로 측이 지원해준 팸플릿 1천장을 갖고 행사장 곳곳을 돌며 대구관광홍보물을 돌렸다. 페스티벌의 세부 콘텐츠도 소상하게 기록했다. 히라타 대회장과도 기념촬영을 했다.

“우린 무조건 크고 거창한 박람회만 생각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더군요. 크지 않고 참 소박했습니다.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죠. 인조잔디에 누워 도란도란 커피담론을 나누는 게 참 얄미울 정도로 부러웠습니다.”

그는 향후 대구 토종커피브랜드 보호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아울러 경북대 문화사회학팀이 작성한 ‘대구카페지도’를 토대로 소호버전의 대구발 커피숍을 모두 수록한 ‘대구커피맵’도 꼭 완성시키고 싶단다.

◆대구커피투어버스를 탑시다

이번 박람회와 별도로 오는 30일 지역 골목 로스터와의 만남도 주선한다. 박람회와 약간 콘셉트가 다른, 문화난장 버전의 ‘제1회 대구커피페스티벌’이다.

“뭔가 거대한 게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서로 밀고 당겨주는 얘기가 있는 훈훈한 행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본 커피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다양한 커피장인도 부르고 그들과 대구의 커피맨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거죠. 무궁무진한 얘기가 산출될 겁니다. 저는 숨어 있는 고수들의 페스티벌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목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인 ‘JJBRO’ 등 타지의 커피문화도 소개해보는 거죠. 물론 저도 사업자니깐 최소한의 수익은 내야죠.”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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