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서 우주선 띄우겠다”…천문대 세우고 항공기 띄운 ‘어른아이’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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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2   |  발행일 2017-12-02 제5면   |  수정 2017-12-02
[토요일&] 우주여행 꿈 향해가는 조재성 스타항공우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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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어린이우주과학관으로 출발한 예천의 스타항공우주 예천천문우주센터는 2009년 항공산업 진출에 이어 2025년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타항공우주 예천천문우주센터 이미지와 항공기, 예천천문우주센터에서 바라본 별자리. (스타항공우주 제공)

어린 시절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다이 기사의 광선검과 함께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솔로 선장의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이다. 광속의 1.5배로 우주를 다니면서 악당을 무찌르는 모습은 어린 관객들에게 우주에 대한 환상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주를 향한 많은 아이들의 그 꿈은 자라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옅어진다. 현실적으로 꿈을 이루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현실을 인식하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고정관념도 꿈을 꿈으로 놔두도록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재>스타항공우주 조재성 이사장<사진>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예천에서 우주선을 띄우겠다고 우주여행사를 차린,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우주선 가격+연료 경비 등 감안
항공사 운영비용 300억원 예상
사업 10년 가까이 지체됐지만
우주선 임차로 진행하면 가능해
수익성은 충분 中·日까지도 타깃
우주군 육성…공군과 협업 기대


◆예천에서 싹튼 하늘을 향한 꿈

경남 하동 출신인 조 이사장은 어릴 적부터 별을 동경하며 우주여행을 꿈꿔왔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학교 도서실에서 관련 서적을 가져다주면서 우주에 대한 그의 꿈을 응원했다. 어린 시절 책을 통해 돋보기와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천체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는 원리를 알게 되자 곧바로 직접 만들어 볼 만큼 열정을 가진 우주마니아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한국아마추어 천문가협회 회원이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울 정도다.

충북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면서 그의 꿈은 보다 구체화된다. 모교의 천문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2001년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을 예천에서 내딛는다. 처음엔 어린이우주과학관이라는 작은 천문대로 출발한 예천천문우주센터는 2004년에 ‘별천문대’로 이름을 바꾼데 이어 천문학 소공원과 우주환경체험관을 순차적으로 개관했다. 매년 5만여명이 예천천문우주센터를 찾아 별자리를 관찰하고 우주환경을 체험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왜 예천에 천문대를 세웠을까. 그는 “별을 관찰하기 제일 좋은 곳은 높고 어두우면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소백산천문대와 보현산천문대는 연구를 위한 곳이어서 오지에 있어도 괜찮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 별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가 바로 예천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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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하늘 이어 우주까지 내닫다

하늘을 향한 꿈으로 사비를 털어 천문대를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았다. 7년을 지자체 보조와 공익사업 지원금으로 버텼다. ‘문을 닫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 순간 처음 천문대를 세웠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게 됐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던가. 우주와 별을 향한 꿈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항공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9년 설립한 ‘스타항공’을 통해 항공기사용사업 허가를 받아 땅에서만 쳐다보던 하늘과 별과 우주로 한 발 더 다가간다. 2014년 항공기 소형운송사업 등록을 마친 스타항공우주는 본격적으로 항공사업을 추진했다. 헬기 1대로 시작한 항공사업은 현재 5~14인승 헬기 10대를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여기에 8인승 제트기와 4인승 프로펠러기 2대도 도입해 전세 운항과 조종사 양성에 활용하고 있다.

화물과 운송으로 분류한 항공사업에서 대부분의 수익은 화물사업에서 얻는다. 영주·예천·영양·청송 등 지자체와 계약해 산불진화헬기 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땅에서 별을 바라보다 항공산업을 통해 하늘에까지 올라온 스타항공우주의 시선은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스타항공우주는 2009년 미국 민간 유인우주선 제작사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사와 우주선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우주여행을 시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민간우주비행은 2004년 개최된 민간우주비행콘테스트 X-Prize를 효시로 꼽고 있다. 7개국 26개팀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미국 민간항공업체인 스케일드 컴포지트사의 우주비행선 ‘스페이스십 원(SpaceShip One)’이 그해 8월과 10월에 민간우주비행을 성공함으로써 그동안 꿈으로 여겨왔던 민간우주여행이 성큼 다가오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항공업체라는 수식어로 인해 스타우주항공은 엉뚱한 오해도 받았다. 박진규 실장은 “우주항공사라고 하니 우주선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항공사가 비행기를 사거나 임차하는 것처럼 우주항공사도 우주선을 구입하거나 임차해 운행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일본시장에 공군과 협력도 기대

2009년 우주선 계약을 체결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우주여행을 했다는 소식은 없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우주선을 띄워야 했지만 아직 우주선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법적·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조 이사장은 “미국 제작사의 투자 유치가 늦어지면서 우주선 제작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또 민간우주비행이 정식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우주여행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 영국 상업우주여행사인 버진 갤러틱의 상업용 우주여행선이 시험비행을 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우주여행이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아직 몇 가지 남아 있다. 박 실장은 “여객기는 해발 10㎞, 전투기는 30㎞ 높이에서 비행을 한다. 당연히 우주선은 그 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에 대한 법률이 없다. 당연히 우주여행에 대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우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단계라는 것이다.

우주여행을 위한 우주항공사를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까. 조 이사장은 “2009년 계약 당시 논의됐던 비용은 300억원 정도”라면서 “우주선 가격 200억원 정도에 정비와 연료 등의 경비를 감안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체됐지만 구입이 아닌 임차 방식으로 진행하면 200억원 수준이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억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우주여행 시장이 형성될까 하는 의문이 적지 않다. 이에 박 실장은 “수요는 있다고 보는 만큼 수익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고객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까지도 타깃시장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공군도 주요 고객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군 육성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우주선 기장 양성을 위한 위탁교육이나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

조 이사장은 “아직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민간우주여행을 상용화한 곳은 없다”면서 “처음 우주여행 이야기를 했을 때 터무니없다거나 얼토당토않다는 반응이 많지만 마차시대를 끝내고 자동차시대를 연 헨리 포드처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몽상가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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