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수·공취생·비계인…올해 취업시장 신조어 ‘취준생 아픔’ 고스란히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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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2   |  발행일 2017-12-02 제12면   |  수정 2017-12-02
공무원시험·기업채용 함께 준비
취업 불안감 반영 ‘공취생’ 등장
100번 취업도전 실패 ‘100수’도
구직상황 빗댄 자조적 표현 많아
사회적 관심 환기 계기로 삼아야
20171202
올해 취업시장에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공취생’ ‘100수’처럼 취업준비생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빗대는 경우가 많다.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취업준비생을 빗댄 자조적인 신조어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취업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공취생’ ‘아웃캠퍼스족’ 등과 같은 신조어에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다양한 신(新)인류의 등장

올 초 문재인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부문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소방·경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 일자리 17만여개와 보육·의료·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여개 등 총 81만개의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식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이 크게 늘면서, ‘공취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라는 신조어가 올해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취업 불안감 탓에 공무원 시험과 일반 민간기업 채용을 함께 준비하는 이들을 말한다. ‘고시’와 반사회적 성격장애 ‘소시오패스’를 합친 ‘호모고시오패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극도로 예민해진 사람을 뜻한다. 취업을 해야 비로소 인류로 진화한다는 ‘취업인류’도 웃지 못할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

학벌,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 인턴 등 취업준비생들에게 스펙은 필수 요소다. 취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이들은 ‘호모스펙타쿠스’로, 학교를 벗어나 인턴·마케터 등 다양한 대외 활동 경험을 쌓는 대학생들은 ‘아웃캠퍼스족’으로 불린다.

또 인턴과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반복해 걷는 취업준비생을 일컫는 ‘비계인(비정규직·계약직·인턴)’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취업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스펙으로 중무장해도 최종 목표인 정규직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반영됐다.

이같이 치열한 취업 경쟁에 환멸을 느끼거나, 사회 진출에 대한 공포심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니트 증후군’도 최근 확산되고 있다.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NEET)족에서 유래된 말로, 취업 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웃지 못할 현실 담긴 신조어

2015~2016년 ‘금수저’와 ‘흙수저’ 용어가 사회를 휩쓸었다. 좋은 가정 환경과 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의미의 금수저와 그 반대를 의미하는 흙수저는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 등의 신조어로 이어졌다.

올해는 취업시장에도 이 같은 빈부격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생활비 걱정 없이 취업 준비에만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의 취업준비생은 ‘신이 내린 백수’ 즉 ‘갓(God)수’라고 하는 반면,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함께하는 탓에 취업에 100번 도전해도 합격하지 못한다는 ‘백(100)수’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 해결과 구직 활동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빠졌다는 뜻의 ‘취준생 딜레마’도 취업준비생들의 현실이 반영된 단어다.

취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탓에 대학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한다는 ‘청년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도 취업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이외에 취업 상태에서 새로운 직장을 준비하는 ‘취반생(취업반수생)’도 있다.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스펙 등의 기준에만 맞춰 취업하거나,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눈을 낮춰 지원했다가 연봉이나 복지 규정 등에 부족함을 느끼는 청년층이 많아진 탓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발적으로 퇴사한 뒤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은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이라고 불린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취업시장에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직면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최근의 신조어들은 단순히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준비생 자신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빗대는 경우가 많다. 신조어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너무 자조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에서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사회적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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