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피아르(PR)’시대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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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4 08:06  |  수정 2017-12-04 08:06  |  발행일 2017-12-04 제18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요”
20171204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유홍준 선생님께서 쓴 책 중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매우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유홍준 선생님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중에 유독 6권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이 책에 붙여진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부제 때문입니다. 이 말은 살아가면서 곳곳에서 고수를 만나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이 부제를 처음 읽고 유홍준 선생님이야말로 고수 중의 고수, 진정한 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법입니다. 상대방을 고수로 인정하고 그를 통해 배우고자 하는 겸손함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고 봅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의 강아지처럼 겸손하지 않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수를 눈앞에 두고도 그를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TV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우리의 생활 곳곳에 수많은 고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년 동안 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 한 분야에 달인이 된 사람들, 예를 들면 칼을 잘 다루는 달인, 무게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달인, 정해진 장소에 물건을 정확하게 던져 넣는 달인 등 수많은 달인이 소개되었습니다. 생활의 달인은 우리가 식사를 하던 식당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이나 지하철 같은 칸에 마주 보며 앉았던 사람 중에도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잘난 체·무시하는 ‘피아르’는 교만
가난하든지 공부를 못 하든지 간에
친구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야
겸손의옷을 입어야 진정한 인생고수”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실에서 친구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고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타를 잘 치는 고수, 노래를 잘하는 고수, 달리기를 잘하는 고수, 세계의 지명을 잘 외우는 고수, 공기를 잘하는 고수 등 많은 고수가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옆에 앉아 있는 친구도 어떤 분야에서는 고수일 것입니다. 다만 내 자신이 겸손해지고 자신을 낮추었을 때 친구들이 고수로 보이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자기 ‘피아르(PR) 시대’라고 하면서 겸손은 낡은 미덕으로 취급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PR와 겸손은 서로 상대적이고 충돌하는 덕목이 아닙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뜻합니다. 겸손과 상대적인 말은 ‘교만’입니다. 교만이라는 말은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진 태도를 뜻합니다. 겸손과 교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마주한 사람이 나이가 어린 사람이든지 가난한 사람이든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든지 상관하지 않고 그들을 존중해줍니다. 그러나 교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격을 무시하지 않는 겸손이야말로 우리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임이 분명합니다.

PR는 홍보라는 말과 유사한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을 뜻합니다. PR는 교만과 유사어가 아닙니다. 교만은 상대방에 대해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지만, PR는 상대방을 무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리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PR하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포함된 피아르는 겸손이 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무시하고 멸시하는 태도가 포함된 피아르는 교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겸손이라는 덕목의 옷을 입고 밖으로 나아가 수많은 인생의 고수를 만나기를 바랍니다.

김장수<대구 진천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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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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