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치매와 운동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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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5 07:59  |  수정 2017-12-05 07:59  |  발행일 2017-12-05 제20면
치매환자, 활동량 적으면 불안·우울증·행동조절장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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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인격을 황폐화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어렵게 해 가정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질환이다. 문제는 치매 치료는 현재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예방하거나 인지 저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많은 연구에서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 후 인지기능의 호전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치매 환자나 보통의 노인 모두에서 인지기능의 호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규칙적 유산소운동, 인지기능 호전에 긍정적 효과
신경인자를 자극해 신경성장 촉진…스트레스 예방
주 3일 45분씩 빠른걸음 걷기만 해도 정신력 개선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중간 정도의 운동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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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이원엽 병원장

치매 환자들에게 과연 운동치료가 도움되는 것일까.

치매 환자에게 자전거타기와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태극권, 손을 사용한 활동, 댄스 같은 다양한 활동들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건강한 노인 혹은 인지 장애나 치매 환자에서 운동이 인지기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여러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건강한 노인과 경도의 인지장애 그리고 치매 위험요인을 지닌 노인에서는 운동이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호전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운동은 인지기능의 회복을 가져올 뿐 아니라 인지기능의 저하를 막아 치매 발생을 예방하거나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에서는 아직 그 효과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우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운동이 인지기능을 호전시키는 이유는 신경인자를 자극해 신경의 성장과 생존을 촉진해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뇌에 혈액과 산소, 영양분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비만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 감소와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이게 된다.

여러 종류의 운동 중 유산소 운동과 인지기능의 긍정적인 관계는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유산소 운동 단독으로 하거나 혹은 관절가동 범위 운동, 근력 강화 및 유연성 운동 등과 같은 복합운동도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호전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근력 강화 훈련의 인지기능에 대한 효과 정도는 유산소 운동만큼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치매 환자에서 활동량 저하는 환자의 불안증, 우울증, 행동조절장애를 악화시킨다. 치매 환자를 운동프로그램에 참여시켰을 때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들이 호전을 보이며 안정제·수면제 등의 약물 사용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런 효과는 중등도의 치매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정상인, 치매 위험군, 경도 인지장애, 치매 환자 모두에서 유산소 운동 단독으로 혹은 저항 및 복합 운동을 했을 때 인지기능의 회복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안전한 치료적 운동을 하기 위해 환자의 운동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 낙상 예방교육, 균형 훈련을 포함한 다각적 팀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운동의 강도 및 지속 시간, 빈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한 연구에서 보통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노인성 인지기능 저하를 되돌리고 뇌의 발달 능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했다. 즉 일주일에 3일 45분씩 빠른 걸음으로 걷기만 해도 유산소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개선된다고 보고했다.

하루에 3.6㎞ 이상 걷기를 하는 남성의 치매 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6년간의 연구도 있다. 유력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6개월 동안 빨리 걷기, 댄스, 근력운동, 수영 등의 중등도 운동을 1주일에 3번 50분씩 수행한 환자의 인지기능의 향상이 보고됐다.

또 고정식 자전거 운동을 중등도의 강도(하루 15~45분씩 주 3회)로 했을 때 일상생활 수행 능력의 향상을 보였다. 치매 노인들에게 매일 체조와 자전거타기를 60분씩 실시했을 때 운동을 하지 않은 노인들과 비교해서 약 30% 정도 보행능력이 향상되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속도도 늦춰진다는 보고도 있다.

운동량과 치매의 위험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치매 환자에게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실질적으로 시행 가능한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유산소 운동의 강도는 호흡가스 대사 분석을 통한 운동 부하검사를 통해 최대 산소 소모량과 심박수를 측정, 처방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이런 전문적 측정법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환자 자신이 운동의 강도에 따라 주관적 피로도를 측정하는 ‘Borg 운동자각지수’를 이용해 ‘약간 힘들다’ 수준인 12~13단계로 운동 강도를 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관적 운동 강도 측정 방법은 노인과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주의를 요하며, 운동 전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근력 운동의 경우 운동 강도는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1회 최대 무게의 50~60%에 해당하거나 한 세트당 8~15번까지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 정도에 해당하는 운동 강도를 중등도 강도라고 하며, 많은 연구에서 치매 환자에서는 중등도 강도의 저항 운동이 권장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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