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만 관심받는 FA, 등급제가 해결책 될까

  • 명민준
  • |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19면   |  수정 2017-12-08

“그 선수들 데려오면 물론 좋기야 하겠죠. 그런데 우리 선수 내주고 돈다발까지 줘야 하잖아요.”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가 FA(자유계약)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꺼낸 속내다. FA시장에서 준척급 선수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아깝다는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프로야구판에서는 ‘FA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FA 등급제는 FA 시장에 나온 선수마다 등급을 매겨, 영입에 성공한 구단이 원 소속 구단에 등급에 상응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FA시장에 탐나는 선수 많지만
지급할 금전·선수 보상 아까워
삼성 포함한 구단들 영입‘주저’

선수협, 구단내 연봉등급 매겨
원소속팀에 등급별 차등 보상
구단측 “계량화 어려워” 난색


현행 규약에 따르면 영입한 구단이 ‘20인 보호선수 외 1명 + FA 선수의 직전 연도 연봉의 200%’ 혹은 ‘FA 선수의 직전 연도 연봉의 300%’를 원 소속 구단에 줘야 한다. 이 같은 규약은 모든 FA 선수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대어급 선수가 아닐 경우 영입을 주저하고 있다.

FA등급제 도입 필요성은 몇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하지만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결성된 선수협 측과 구단 측의 의견 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수협은 구단 내 연봉순으로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팀별 연봉 상위 3명은 A등급, 4~10번째 선수는 B등급, 그 이하는 C등급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이 같은 등급을 바탕으로 FA시장에서 한 구단이 A등급 선수를 영입할 경우에는 원소속 구단에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내주고, B등급 선수일 경우에는 차등보상을, C등급의 경우 보상을 아예 주지말자는 것이다.

구단 측은 이 같은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단별 선수들의 연봉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 시즌 kt에서 내국인 최고액 연봉을 받은 유한준(6억원)의 경우 삼성에서는 상위 다섯손가락 안에 겨우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성적을 바탕으로 한 등급제 논의도 있었지만, 포지션별로 기록을 계량화하는 것이 쉽지 않아 현실화되지 못했다.

6일 현재 FA 시장에서는 12명의 선수가 팀을 찾고 있다. FA협상에 진척이 없자, 몇몇 구단은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이색 판촉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미를 당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상선수를 받지 않아도 해당선수의 직전년(年) 연봉의 300%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FA 등급제가 시행되지 않는 한, 삼성 역시 앞으로도 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만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은 향후 몇년간 육성기조를 이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준척급 선수 영입에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