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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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22면   |  수정 2017-12-08
류건우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이룩 위한 정부역할 설계
사회적 갈등·양극화해소
가상화폐 도입 등에 대해
시스템적 오류 방지 필요
[경제와 세상]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면서
류건우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한민국이 내년 세계 27번째, 아시아에서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면서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현 정부의 정책과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1997년에 발생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에 대한 진단으로 20년 전 당시 위기의 극복과정은 IMF 조기졸업에 매달린 미완의 개혁이라는 주장이다. 위기상황을 대충 마무리해 서민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또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금융 부분의 세계화 전략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으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을 더욱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신용카드 남발, 환헤지용 파생금융상품 ‘키코’의 설명의무 위반 거래 등으로 경제적 피해는 매우 컸다.

다른 하나의 진단은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부총리에게 전달한 최근 경제현안에 관한 전문가의 제언이다. 중소기업의 역량강화, 신사업 기회와 자수성가 기업 육성,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 제거와 사회안전망 강화, 대기업 스스로 포지티브 캠페인을 통한 기업친화적인 문화 주도, 정부의 시장자율성에 대한 무리한 개입자제 등이다.

문재인정부는 또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통한 더불어 잘사는 경제 구현을 제시했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정부 역할을 재설계해 국민주권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 연애, 출산을 포기했다는 청년층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회적 취약계층의 생활개선 등 증가하는 사회적인 갈등과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불신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진취적인 사회경제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큰 방향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운영에 따른 시스템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직관과 기호에 의존해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옳진 않기 때문에 좀 더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로 편향을 찾아내고 이해력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카너먼은 빠른 직관(시스템1)과 느린 이성(시스템2)이 상호작용을 통해 오류를 보완할 수 있고, 개인보다는 조직이 오류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의사결정과정은 열린 토론으로 담론의 오류를 부분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판단된다. 경제현안으로는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최저임금은 혁신적인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선진국형 임금체계의 골격을 갖추었지만 기본급보다 상여금과 수당이 높아지는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이라는 부작용으로 자영업을 위주로 산업계가 입는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1월경 최저임금제 개편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은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서 디지털혁명이 초래하는 격변의 거래환경을 보여주는 첨예한 주제는 최근 투기장화되어 있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가 법정통화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대단히 미흡하고,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기반기술에 대한 신뢰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의 획득과정에 대한 희소가치가 사실상의 거래단위로 수용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에서 전자유통증서의 전자이체에 관한 규범이 금년에 제정되어 가상화폐 거래기반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섣불리 제도로 도입하기에는 매우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외 가상화폐의 진전과정을 철저히 대비해 국민경제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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