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세가와병과 英 총리 당뇨병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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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22면   |  수정 2017-12-08
[미디어 핫 토픽] 세가와병과 英 총리 당뇨병
13년간 병상에 누워있었던 여성이 완치 후 인터뷰하고 있다.

올해 60세인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당뇨병 진단을 받고 경구약을 복용했지만 혈당을 잡질 못했다. 오진 탓이다. 당뇨병은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흔히 소아 당뇨병으로 불리는 1형은 85%가 20세 이전에 발생하고 성인 당뇨병인 2형은 96% 이상이 30세 이후에 나타난다. 의료진은 메이 총리의 나이를 고려해서 2형으로 진단결과를 내렸겠지만 실제로는 1형이었다. 치료방법도 차이가 있다. 1형은 처음부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2형은 경구용 알약부터 장기간 투여한다고 한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면 치료는 당연히 어렵다.

지난 6일 ‘세가와병’이 스무살 여성의 사연과 함께 소개되면서 실시간 검색어로 주목받았다.

이 여성은 4세 때인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걸을 수 없었다. 무려 13년간 병상에 누워있어야만 했고 뇌병변장애 1급까지 받았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약을 바꿔 복용한 지 일주일 만에 병상에서 일어나 두 발로 걸은 것이다. 5년 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해 의료진이 과거 대구에서 촬영한 MRI사진을 판독한 결과 “뇌성마비가 아니고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상(세가와병)”이라며 기존 진단을 뒤집었다.

세가와병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긴다. 효소의 이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해 생기는 근육긴장이상증이다. 도파민만 투약해도 치료가 가능하며 장기적인 합병증도 없다. 200만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한다.

당시 의료진은 “첫 진단을 내릴 당시 의료기술 등을 종합하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2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신안재)는 지난 6일 병원 측이 1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 여성의 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아침에는 잠시 걷고 저녁에는 차차 못 걸어 주위에선 뇌성마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도파민 약물 투여 후) 딸이 걷기 시작해도 또 못 걷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네티즌은 “세가와병은 생소해서 환자를 처음 받아본 의사라면 오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런 사례가 또 있을지 모르니 국가에서 확인해주면 좋을 것 같다” “13년 동안 어린아이를 꼼짝 못하게 누워있게 만들었는데 손해배상액이 고작 1억원이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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