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국물맛이 남다른 식당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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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40면   |  수정 2017-12-08
가슴속까지 은근히 데워주는 ‘마법의 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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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국밥(우미골가마솥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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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두봉골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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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국밥(웰빙굴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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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갈비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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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곰탕(우미가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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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탕(아주특별한해장국)

요즘처럼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담긴 음식이 제격이다. 몽골에도 우리의 곰탕과 비슷한 ‘슐루’, 일본의 ‘나베요리’, 우리의 육개장과 흡사한 헝가리의 ‘구야쉬’, 태국의 ‘뚬양꿍’, 우리의 순대국밥과 비슷한 스페인의 스튜인 ‘파바다’, 중국의 다양한 탕요리 등이 있지만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우리나라 고조리서에 기록된 국물음식만 60여 종이 된다. 몸과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은 요즘, 뜨끈한 진한 국물이 버텨주는 탕·국요리는 영혼까지 따스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놋그릇에 담아 내는 소고기국밥
사흘 밤낮을 진득이 곤 뽀얀 곰탕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안 굴국밥
밥 한 그릇 뚝딱 ‘국물요리계 강자’
배추 듬뿍 들어간 추어탕은 별미

▶우미골가마솥국밥(053-615-3373)

붉은 빛이 살짝 감도는 소고기국밥. 별도 육수를 내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등급 좋은 한우의 양지·사태·목심·앞다리에 무와 대파를 넣고 집에서 담근 간장으로 간하고 끓인다. 역시 불 조절에 맛의 비법이 숨어 있다. 강한 불에 끓이다가 한번 솟구쳐 오르면 뚜껑을 열어 놓고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인다.

양념 맛은 강하지 않다. 마늘 향도 거의 없다. 구수한 한우의 깊은 맛이 국물에 그대로 스며들어가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도 특별한 식감을 준다. 도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쌀로 지은 밥은 고슬고슬하다. 국에 말아도 윤기 있는 밥알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다.

모든 음식은 놋그릇에 담는다.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는 육국수도 있다. 국밥 하나로 부족하다 싶으면 한우석쇠떡갈비를 곁들이면 종일 속이 든든하다. ☞대구 달서구 앞산순환로 217

▶두봉골추어탕(053-753-1078)

추어탕·고디탕을 사철 내는 집이다. 고디탕보다는 추어탕이 주력상품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주식재료로 들어가지만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꺽지, 동사리, 모래무지, 기름종개 등의 민물 잡어도 넣는다. 고기는 잘 삶아 체에 걸러 국물을 내려놓는다. 부들부들한 얼갈이 배추 등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 은근히 끓인다. 진한 국물을 머금고 있는 살짝 단맛이 도는 푹 익은 배추가 먹음직스럽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그리고 비린맛과 미꾸라지의 찬 성질을 중화시키는 재핏가루가 꼭 들어가야 제 맛이 난다. 밑반찬도 그렇고 시골 할머니 손맛이다.

다슬기는 ‘민물의 웅담’으로도 불린다. 고디탕은 다슬기로 끓인 국이다. 다슬기·부추·배추·들깻가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였다. 고소함과 구수함이 있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616-10

▶갈비탕집(010-2166-8700)

소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귀한 음식이다. 은근한 불에 오래 끓인다. 맛이 담백하고 푸짐하다. 간장으로 간을 맞춰 감칠맛을 더한다.

뼈째 붙은 갈비와 갈비살이 제법 수북하다. 뼈에 붙은 고기가 쉽게 떨어질 정도로 연하다. 뚝배기에 담아 바글바글 끓여낸다. 황백지단과 대추, 잘게 썬 파를 고명으로 올린다.

배추김치와 파김치는 매일 담근다. 한꺼번에 버무려놓지 않는다. 손님 상황에 따라 떨어질 때쯤 다시 버무린다. 신선하고 적당히 매콤하다.

특별한 메뉴인 갈비전골과 갈비튀김도 찾는 사람이 많다. 녹차와 에스프레소가 후식으로 나온다. ‘낮술 환영’이라는 입간판 손글씨가 매력 포인트인 카페풍의 집이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139길 38

▶우미가곰탕(053-422-4646)

소머리, 사골, 사태, 양지머리, 소양 등을 덩이째 넣는다. 고기는 먼저 건져내고 사골·사태를 진배기 국물 같이 우러나도록 3일 밤낮으로 고아낸다. 육수가 우윳빛이다.

한번에 많은 양을 오래 끓일수록 투박하고 진한 맛이 우러난다. 국물에서 감도는 향기가 먼저 코끝을 자극한다. 예전에는 곰탕을 몸이 약한 사람에게 음식이 아니라 약으로 끓여냈다. 이집 곰탕은 뚝배기에 담아낸다. 국물에 쫑쫑 썬 파를 조금 넣고 소금으로 간해 밥을 말아 후루룩 먹는다. 국물이 입술에 쩍쩍 붙을 정도로 진하지만 텁텁하고 느끼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역시 진한 육수가 인상적인 양곰탕에는 적잖은 양의 소양이 들어가 있다. 깍두기와 김치는 탕반을 호위무사처럼 지켜준다.

이 집은 곰탕도 곰탕이거니와 깍두기 맛도 곰탕 못지않게 소문나 있다. 깍두기의 먹음직스러운 빨간 빛깔이 국맛을 한 차원 더 격상시켜준다. ☞대구 남구 대덕로40길 2

▶아주특별한해장국(053-783-5680)

날이 좋아서, 비가 와서, 눈이 와서, 날이 흐려서 찾는 게 술이다. 해장국은 술을 마신 다음 숙취 해소와 허해진 속을 채우기 위한 음식이다. 1925년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에 ‘효종갱(曉鐘羹)’이란 이름으로 해장국이 등장한다. 효종갱은 남한산성 근처 갱촌에서 밤새 끓여 사대문 안의 양반들에게 배달되었다. 국내 첫 배달음식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 집의 내장탕은 술꾼들이 많이 찾는 해장국이다. 뚝배기에 담겨져 있어 먹는 내내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다. 곱창·소양·내장이 들어가지만 전혀 느끼하지가 않다. 뽀얀 우유 빛깔 국물과 어우러져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 해장국다운 무던한 맛이다.

해장국의 기본은 국물과 건더기. 국물의 반 정도인 건더기는 질기지가 않고 쫄깃할 정도로 부드럽다. 말린 우거지는 단맛이 감돈다. 씹히는 식감도 좋다. 국물 맛까지 깊어진다.

☞대구 수성구 용학로 145

▶웰빙굴보배(053-816-9919)

굴. 바위에 핀 꽃이라 ‘석화(石花)’라 한다. ‘바다의 우유’로도 불리는데 세기의 바람쟁이였던 카사노바는 아침마다 그 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는 한 번에 1천400개가량의 굴을 먹었다고 하는 기록도 보인다.

이 집은 사철 굴요리를 한다.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그대로인 굴국밥. 뚝배기 안의 육수가 끓어오를 때 마지막에 굴을 넣는다. 그래야 굴이 쪼그라들고 질겨지지가 않는다.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다. 본연의 맛에 충실한 것 같다. 맛국물도 진하게 내지 않는다. 대신 굴 본연의 향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생굴돌솥밥에는 토실토실한 굴이 제법 수북하게 올려진다.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짜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감치는 맛이 혀를 사로잡는다. 적당하게 간이 밴 짭쪼름한 고등어구이 한 마리까지 곁들여지는 반찬도 상당히 알차다.

매일 남해에서 공수되는 싱싱한 굴로 요리한 생굴낙지볶음·생굴튀김·생굴전·생굴순두부·생굴 매운탕도 이 집의 인기 메뉴. ☞ 경산시 경안로 38길18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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