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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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42면   |  수정 2017-12-08
하나 그리고 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너무나 다른, 두 소녀 이야기


20171208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고들 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이에게 매력을 느껴 가까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감독 증국상)의 ‘안생’(주동우)과 ‘칠월’(마사순)은 자석의 다른 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 자연스럽게 만난 후 급속도로 친해진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모범생으로 성장하는 칠월과 깨어진 가정에서 일찌감치 독립해 떠돌며 살아가는 안생은 공통분모 없이도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열일곱 살이 되자 칠월에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안생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기타리스트를 따라 북경으로 가게 되면서 두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생긴다.

13세∼20대 후반 우정·성장통 담은 증국상 감독 作
일상적 질문의 철학적 승화·빠른 호흡의 편집 매력

이렇게 볼 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두 여성의 오랜 우정과 사랑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열세 살부터 이십대 후반까지를 다루고 있으니 ‘성장담’이라는 표현도 물론 어울린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사람에게 내재된 두 가지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서사를 가진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고향에서 학교를 졸업해 은행에 취직한 칠월, 열일곱 살에 고향을 떠나 험한 일을 하며 겨우 살아가는 안생은 어느 순간 서로의 삶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삶과 위험하지만 역동적인 삶을 놓고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칠월과 안생은 바로 그 인생의 두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선택해 나아가는 표본과도 같다. 그렇게 관성에 젖어 살아가던 그들은 몇 년 후, 저 멀리 반대편에 서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의 모습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칠월의 남자친구이자 안생에게도 끌리게 되는 ‘가명’(이정빈)의 캐릭터는 절묘하다. 그는 칠월과 안생 사이에 있으면서 누구도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이며, 결국 둘에게서 동시에 멀어져버리는 존재다. 다른 관점에서 말하면, 가명은 상반된 매력을 가진 두 여성에게 모두 마음을 준 죄로 둘 다 놓치게 되는 딱한 인물이다. ‘선택’이라는 행위의 중요성이 가명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전반적인 주제 의식과 극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가명의 중요성은 삼각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보다 안생과 칠월이 서로의 현재 좌표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그 거리를 늘이거나 좁히게 만드는 데 있다. “넌 누구야?” “잘 지내?”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들을 ‘철학적’인 것으로 승화시킨 극중 대사처럼 숱하게 보아왔던 설정이나 캐릭터들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빠른 호흡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수많은 이미지들을 이어붙인 편집이다. 그 감각적인 기술이 안생과 칠월의 인생은 물론이요 진실과 거짓, 현실과 (극중) 소설을 교차시키면서 진진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도둑들’(감독 최동훈)에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 출신 증국상 감독의 주목할 만한 단독 연출작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말 한마디 때문에 말을 잃다


20171208



수다스러운 소녀 ‘준’(요시네 쿄코)은 아빠가 성처럼 생긴 모텔에서 다른 여자와 나오는 것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엄마 나루세에게 그 사실을 말해 버린다. 결국 짐을 싸서 떠나게 된 아빠는 나루세에게 “전부 네 수다 탓이야”라고 질책하고, 그날부터 준은 말을 할 때마다 극심한 복통에 시달려 입을 닫아버리게 된다.

구마자와 나오토 감독, 작년 개봉 同名 애니 실사화
2개 엔딩 동시에 담은 극중 뮤지컬曲 잔잔한 울림

자신의 잘못을 딸에게 전가시켜 버린 아버지 때문에 말을 잃게 된 준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하다. 그녀는 엄마를 비롯한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버린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그것을 하나의 마땅한 저주로 받아들인 준의 죄책감이다. 그녀의 통증은 심리적 요인이 육체를 구속하게 되는 하나의 강박신경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그녀의 배에 실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 물리적 고통은 없지만 준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드는 ‘다쿠미’(나카지마 켄토)도 사실 비슷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그 역시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솔직한 말 때문이라 생각해 진심을 입 밖에 내지 못한다. 공통점을 가진 준과 다쿠미는 ‘나쓰키’(이시이 안나), ‘다이키’(칸이치로)를 비롯한 반 친구들과 함께 지역교류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오래된 아픔을 극복해 나간다. 노래로나마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준과 그녀를 도우려는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감독 구마자와 나오토)는 작년에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원작의 내용과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말을 할 때 배를 움켜쥐며 쓰러지거나 당황할 때마다 어딘가로 뛰쳐나가는 준 캐릭터는 실사 영화에서 보기에 다소 거북하지만, 실사 영화가 담보한 기본적 리얼리티와 차세대 연기자들의 풋풋한 얼굴은 애니메이션이 갖지 못한 매력이다. 또한 준 일행이 만들어가는 뮤지컬에 사용되는 음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미 많은 화제가 된 바 있는데, 특히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감독 빅터 플래밍) 중 ‘오버 더 레인보’를 한 곡으로 만든 ‘그대의 이름을 불러요’는 영화의 여러 아쉬움을 달래주며 대미를 장식한다. 준이 원했던 두 개의 엔딩을 동시에 담고 있는 이 곡은 준과 다쿠미를 구속시킴과 동시에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교훈이 되었던 ‘말을 잘못하면 상처를 주게 된다’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정형화된 악역 하나 없이 10대들의 아픔과 성장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맑고 투명하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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