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고독사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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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  발행일 2017-12-11 제31면   |  수정 2017-12-11

지난달 배우 이미지씨가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다 숨진 사실이 2주만에 알려졌다. 그녀의 사망 원인은 고독사(孤獨死)였다. 부산에서는 가족, 친구, 이웃과 단절된 상태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였던 고독사가 지난 6월부터 27건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홀로 살던 사람들의 고독은 죽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고독사를 현대판 고려장으로 비유한다. 고려장은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속 구덩이에 버렸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홀로 죽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어르신 1인 가구는 2010년 106만6천가구에서 지난해 129만4천가구로 6년 만에 21.4%나 늘었다. 내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14%가 되면서 고령사회가 예고된 상태다. 2026년에는 20%를 훌쩍 뛰어 넘어 초고령 사회를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26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정된 상태다.

고령화 사회 시대에 씁쓸한 그늘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고독사가 늘면서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유품정리 업체들도 덩달아 성업이란다. 유품정리업은 2000년대 초 무렵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특수 청소업이다. 고인 유품을 정리하거나 고독사 현장 청소가 주업이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대구와 경북의 유품정리업체는 20여곳으로 2013년 7곳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고독사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홀몸 어르신들의 외로운 죽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공기관에만 맡겨 둘 일만은 아니다. 취약한 이웃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갖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홀로 살다 쓸쓸히 죽어 가는 이웃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웃을 향한 작은 배려와 관심이 고독사를 막는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어서도 돌봐 줄 가족이 없다면 사회가 도와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예의다. 물론 국가는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 죽음만은 쓸쓸하게 맞지 않도록 튼실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요즘 유행한다는 혼술(홀로 술), 혼밥(홀로 밥)은 자유로 표현할 수도 있으나 고독사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당연한 죽음은 없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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