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놀이의 흔적…과거 있는 사물의 반전이 재미있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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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2   |  발행일 2017-12-12 제24면   |  수정 2017-12-12
수성아트피아 손노리 초대전
버려진 물건 갖고 노는 작가
벽시계 문자판이 개 얼굴 되고
코일 스프링이 춤추는 여인 변신
생각의 변화는 ‘자유’와 연결
“내 작품은 놀이의 흔적…과거 있는 사물의 반전이 재미있다”
손노리 작

짐작대로였다. 손노리 작가를 검색해보니 ‘노리’는 예명이었다. 작가는 “앞뒤 없이 잘 놀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기 전 분별없이 노닐던 파라다이스(낙원)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탈권위를 은유하기도 한다.

손노리 작가의 초대전이 12일부터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I am NORIc(나는 노리씨이다)’. 작가는 “나를 작가가 아닌 그냥 노리씨라고 불러도 된다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 내 작품은 놀이의 흔적이다. 처음부터 예술품을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네오 프리미티비즘’이라는 부제도 붙었다. 직역하면 ‘새로운 원시주의’인데, 작가는 “현재 시점에서 언제나 ‘새로운 본질의 나로 돌아가다’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작품도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다. 기능을 다한 물건을 분해해 얻은 부품이나 조각으로 낯선 물건을 만든다. 작가 스스로도 “재미있다. 과거사가 있는 물건의 반전이 이뤄진다.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면서 반전의 묘미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방식도 다양하다. 커디란 벽시계 문자판이 개의 얼굴이 되고, 코일 스프링이 춤추는 여인으로 변신한다. 버려진 물건의 부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리사이클링이 아닌 업사이클링으로 인식된다.

작가의 놀이는 철학적이기도 하다. 자기 성찰이나 반성을 고민했던 작가는 사상을 걷어내고 행위에 주목했다. 작가는 “놀이에 옳고 그름을 따질 이유가 없지 않느냐.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곧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생각의 변화는 ‘자유’와 연결된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대상을 향해 가는 것, 동시에 대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이 끊임없는 움직임이 나이다”라고 했다.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다.

현재 물건을 갖고 노는 작가는 ‘새로운 놀이’에 대한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작가는 “사명감을 갖고 버려진 물건으로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놀이를 발견하면 그리로 뛰어들 것”이라고 웃었다. 예측불허의 자유스러운 작가이다. 작가는 현재 경북대 디지털미디어아트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17일까지. (053)668-1566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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