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재건축·재개발인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2-12   |  발행일 2017-12-12 제29면   |  수정 2017-12-12
[기고] 누구를 위한 재건축·재개발인가
서정렬 (한국경영기술 지도사회 대구경북지회장)

대구지역에도 재건축 문제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평화롭던 마을에 주민 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지구 중 12개 재건축지구가 비대위를 결성해 해제신청을 준비하고 있어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재건축 분쟁의 원인은 조합이나 정비업체 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이 고생해 평생 모은 재산을 헐값에 내줘야 하고 온당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재건축지역의 사람들에게 “잘 따져보고 재건축을 준비하지, 그것도 모르고 했느냐. 왜 저렇게 싸우고 난리냐”라고 말한다. 이는 재건축지역 대부분의 주민이 연로하고 사업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이분들이 중심이 돼 수천억원의 재건축사업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민을 도와줄 확실한 기관과 능력자는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바른 사업추진이 가능하겠는가.

대구에는 250여 곳이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1월에는 2개 지역에서 건물 및 토지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재건축 해제를 신청했다. 그런데 현재 대구시에서 해제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한다. 매몰비 때문이라면 대구시의 조례(보상조항)를 빨리 개정해 문제가 있으면 확인하고 매몰비 중 일부를 지원해주든지, 아니면 재건축조합이 사업준비를 위해 사용한 매몰비는 법에 의하여 심판 받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대구시는 조례개정을 하지 않으면서 해제결정도 보류하고 있다. 서울·경기, 인천지역 등은 재건축지구의 토지 및 건물소유자 중 30% 이상만 반대해도 해제를 검토하는데 대구는 토지 및 건물소유자의 5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보류하고 있다. 시민보다 업체를 우선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대구시는 빠른 해제집행으로 주민의 고통을 줄여 주어야 할 것이다.

재건축지역 주민분쟁이 일어나는 가장 큰 문제는 경험 없는 주민들이 중심이 돼 재건축조합을 결성하기 때문이다. 전문능력과 책임감이 부족한 정비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제대로 사업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추진한다. 이런 조합들은 주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를 외면하며 사익을 도모한다.

이런 조합이나 정비업체는 사업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을 근거로 시공사인 건설업체를 유치하고 자신들이 주인인 양 조합원들의 재산을 담보로 막대한 경비를 사용한다. 이렇게 경비를 쓰고는 사업인가를 받아 관리처분할 때에 가서야 주민에게 낮은 보상가를 통보하고 많은 분담내역을 통지하여 주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돌이키기 힘든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누가 해야 하는가. 자성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부터 주민의 편에서 주민을 위해 일하는 조합과 정비업체도 많이 있다. 시공사를 바르게 선정해 성공하는 지역도 있다. 이들은 확실히 준비하고 사업타당성 검토를 거쳐 주민에게 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대충 경험과 추측으로 재건축을 유도하기 위해 근거 없는 공약을 말하고 책임지지 않는 자들은 민생현장에서 추방해야 한다.

바른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사업체와 대표자들이 늘어난다면 주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필자는 주민 간 다툼이 일고 있는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주민권리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정보공개 자동점검관리 장치를 만들어 주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보장해주자. 둘째, 사전 사업타당성검토를 의무화해 타당성이 없으면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유도한다. 셋째, 재건축·재개발지구의 주변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지역이 주변과 연계융합한 상생발전이 되게 해야 한다. 넷째, 감독기관과 주민의 사전역량 강화교육을 의무화해 주민으로 하여금 자신감 있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산·학·연·관이 함께 숙의해 재건축 도시재생 관련 지역맞춤형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지역 피폐와 주민 간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웃음이 넘치는 도시마을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서정렬 (한국경영기술 지도사회 대구경북지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