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홍·복당파 주류 부상…주도권 잃은 친박계 사실상 ‘폐족’ 수순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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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  발행일 2017-12-13 제4면   |  수정 2017-12-13
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親洪 김성태
TK 의원 “對與 강성후보 선출
黨 잘되면 地選에 긍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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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성태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우택 전 원내대표,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함진규 신임 정책위의장,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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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홍(親홍준표)으로 분류되는 3선의 김성태 의원이 12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한국당의 ‘홍준표 체제’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20대 국회 출범 이후 세 번째로, 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치러져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당초 5~6명의 후보가 거론됐으나 이달 초 친홍과 복당파들의 지지를 받은 김 의원, 무계파 중립 지대에서 한선교 의원, 친박(親박근혜) 홍문종 의원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여기에다 한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홍 대표의 사당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친홍 대(對) 비홍(非홍준표)의 대결 구도로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당선되면서 친홍과 복당파 의원들은 당내 ‘주류’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특히 홍 대표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 시절 당내 ‘투톱’이 갈등으로 불협화음을 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친박의 몰락으로 견제세력이 없어진 만큼 향후 당 운영에서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표로 친박계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당이 화합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는 사실상 ‘폐족’ 수순을 밟게 됐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친박은 지속해서 원내 지도부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에는 친박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에도 역시 친박계의 결집으로 정우택 원내대표가 승리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친박이 당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홍문종 의원이 낙선하면서 결국 당내 주도세력이라는 지위를 잃게 됐다.

다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모두 도전장을 내지 않으면서, 일단 원내 지도부 내 TK 공백사태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지역 안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수석부의장 등 원내 주요 자리를 TK에서 맡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 대표와 지도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TK 의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북지역 한 의원은 이날 김 의원 당선에 대해 “홍 대표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여당에 잘 투쟁할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됐다고 본다”며 “당이 잘 되면 지방선거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 홍준표 체제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TK의 한 의원은 “홍 대표 측 후보가 당선된 것은 홍 대표에게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라’는 의미가 있다”며 “당이 잘 운영된다면 긍정적이겠지만, 부정적일 경우 당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자 의원총회 장을 직접 찾아 “합심해서 온몸으로 좌파광풍 시대를 막아야 한다”며 “오늘 선출되신 두 분의 원내지도부와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의 승리로 끝난 개표 결과에 대해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가열찬 대여투쟁을 하라는 뜻으로 본다.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며 “오늘부터는 이제 친박계가 없다”고 김 신임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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